명동에 가면 이 칼국수를 먹어야 한다
레스토랑: 명동
금강섞어찌개, 명동순두부, 영양센타, 장수갈비, 신정, 취천루… 어려서 가족들과 자주 영화보러 나오던 명동이 이제는 일본관광객의 성지를 거쳐 중국관광객들의 명소가 되어버려서 조금 낯설다. 광화문 시위에 나간 길, 점심으러 무얼 먹을까 고민하다 찾아간 곳이 1966년 문을 연 명동칼국수, 아니 이제는 명동교자다.
일부러 번잡한 점심 시간을 피해갔는데 여전히 줄이 길다. 그래도 테이블이 빨리 비는 편이라 기다릴 만하다. 칼국수 하나, 비빔국수 하나(여름이면 백태와 서리태를 섞어 간 콩국수!), 만두 한 통. 분명 둘이 먹기 많은 양인 걸 아는데 주문할 때에는 이성이 작동하지 않는다. 잔뜩 시켜서 먹고 나서야 아, 하나 덜 시켜야 했는데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러니 혹시 식당에서 저희를 만나시면 하나 덜 시키라고 이야기 좀 해주세요.^^
칼국수는 닭고기 육수에 밀가루 국수를 넣고 끓여 만든다. 국수를 삶아 찬물에 헹구는 대신 면을 직접 육수에 넣고 삶기 때문에 부드럽고 감칠맛이 난다. 반죽 후 숙성을 시켜 오래 끓여도 퍼지지 않는다고. 비치듯 얇은 만두피에 완탕처럼 생긴 편수만두가 정확히 4개 올라가고 돼지고기 고명이 올라간다. 양이 부족하면 면사리를 시켜도 되지만 차조를 넣어 지어 말아먹기 딱 좋을 양(세 숟가락 정도)이 나오는 공기밥 추천! 둘 다 무한리필이다. 이날은 너무 배가 불러 밥말아 먹기는 패스.
곁들여 나오는 김치는 고추가루와 생마늘범벅이라 부를 정도인데 딱 하루 숙성한 겉절이 스타일로 칼국수와 같이 먹어야 한다. 마늘향이 어찌나 강한지 먹고 나서는 도저히 입을 열 수 없어 수화로 이야기하고 싶을 정도다(이 냄새를 조금 잠 재우려면 무조건 아이스라테 커피!).
명동칼국수가 너무 유명해져 일반명사화하는 바람에 상호를 ‘명동교자’로 바꿨다는데 만두는 찢어질 듯 얇은 만두피에 암퇘지고기와 호부추, 조선부추에 참기름을 섞어 소를 만들어 넣는다. 만두소에 향신료를 넣지 않아 고기향과 맛이 강한 편이라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
혼자 오는 손님들을 위한 1인 테이블이 많아 사람들 신경 안쓰고 밥 먹기 좋은 곳. 예약도 받지 않아 일단 가서 뻗치기를 해야 한다. 빕 구르망에 올라서 그런가, 사람이 더 많아져서 친절한 서비스를 기대하긴 어렵다. 가격도 칼국수 9000원, 만두 1만원이니 싸다고 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걸쭉하고 진한 국물, 부들부들한 면발, 강렬한 마늘 김치의 삼위일체를 거부하긴 쉽지 않다. 우리는 어쩌다 이 곳에 맛을 들여 잊을만 하면 찾아가는가…
그나저나 이번 토욜에도 또 먹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