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디너 코스
한해가 끝나가니 그동안 못본 사람들과의 약속이 이어집니다. 오늘 약속 장소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권숙수’입니다. 예전에 자주 갔던 이태원 이스트빌리지의 권우중 셰프가 오픈한 곳으로 장과 식초,김치를 모두 직접 만들어 사용한답니다. 요즘 ‘퓨전 한식’이 유행인데 이곳은 제철 재료를 사용해 한식의 기본을 잘 살린 코스라 외국에서 온 친구나 비즈니스 파트너와 함께 가면 좋을 곳입니다.
시작은 족편, 마에 올린 호두, 새우두부, 육포 등에 술 한 잔 곁들인 ‘주안상’입니다. 서양식 코스에 비유하면 일종의 ‘아뮤즈 부셰’이지요. 뒤를 이어 400년 된 조리법으로 만든 무만두에 가평잣으로 만든 국물을 부어 수프 느낌을 냈습니다. 미더덕 젓갈을 올린 도미회, 가을 참게찜이 이어지고 능이버섯과 어란을 올린 국수가 나옵니다. 여기까지가 1부! 배가 벌써 불러옵니다. …
셔벳으로 입맛을 잠시 정리하고 나면 식사가 이어집니다. 한식에는 역시 밥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 저는 대게솥밥과 제철반찬상을 골랐습니다. 귀여운 1인용솥을 준비해와 바로 그 자리에서 밥을 짓는데 고소한 냄새를 맡으며 기다리는 재미가 있네요.
디저트로 율란과 헤이즐넛, 아이스크림을 먹고 차와 프티푸르로 끝. 가짓수를 극대화해 한상 가득 차려내는 한정식과 다르게, 서양 코스의 형식을 가져와 식사가 편하게 이어지는 ‘파인다이닝’으로 선보이는 것이지요.
서양식 코스 요리나 스시 등은 비싼 가격이 붙어도 별 이야기가 없는데 한식에 비슷한 가격이 붙으면 고객의 불만이 많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곤 합니다. 한식은 늘 집에서 먹어 익숙한 음식이고 누구나 할 수 있는 편한 음식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네요.
많은 셰프들이 오래 고민해 보기 좋고 맛도 좋은 한식을 새롭게 해석해주고 있어서 이런 생각도 많이 바뀔 듯 합니다. 와인 페어링은 물론 전통주를 곁들여가며 천천히 오랫동안 이야기 나누는 저녁식사. 친구들과 함께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80길 37 02-542-62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