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추워지면 더 생각나는 할머니의 손맛
레스토랑: 부암동
환기미술관에 갔다 우연히 들렀는데 만두가 맛있어서 비결을 물어보았더니 “할머니에게 배운 대로”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고우신 할머님이 방에서 만두를 빚고 계셨는데 그 모습이 너무 좋아 그때 일하던 잡지 <행복이 가득한집>의 설 기사로 소개했고 촬영과 취재 끝나고 만두와 조랭이떡을 사와 가족과 함께 먹었다. 그게 벌써 17년 전 쯤의 기억이다.
1993년 시작했다는 부암동 ‘자하손만두’는 가정집을 개조한 곳이라 기분이 특별하다. 친척집에 놀러 온 기분이라 할까? 늘 손님이 많으니 식사 시간을 살짝 피해 가는 것이 좋다. 자리 잡고 앉으면 깔끔한 빈대떡과 잣소스 냉채는 기본으로 시켜놓는다. 식사로 만두나 만둣국을 먹는데 여름이면 채소를 곱게 썰어 넣은 편수를, 이맘때처럼 날씨가 쌀쌀해지면 만두전골을 먹어야 한다. 고기와 두부, 김치와 숙주를 넣고 매일 직접 빚는 만두는 간이 강하지 않다. 여기에 직접 담가 5개월 넘게 숙성시킨 조선간장을 적당히 넣어 먹으면 된다. 만두 맛도 좋지만 담음새도 신경을 써 깔끔하고 정갈해 좋다.
오래 전 뵈었던 할머님은 잘 계실지 갈 때마다 궁금했지만 손녀이신 사장님께 여쭤보지 못했다. 할머니의 손맛을 이어가는 이곳에 오면 자꾸 음식솜씨 좋으셨던 내 외할머니 생각이 난다. 뜨거운 만두 때문에 김이 올라와 그런 양, 슬쩍 눈가를 훔치고 고개 숙여 계속 수저만 움직이게 된다. 날은 추워지고 만두는 맛있고 속절없이 옛날 생각은 나고 난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