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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Mar 15. 2019

밀워키 마켓대학교

프랑스에서 그대로 옮겨온 잔다르크 성당


사진에서 보시는 아주 작은 이 성당은 15세기 프랑스 남동쪽에 위치한 론 계곡(Rhone Valley) 샤스 마을에 지어진 것입니다. 1920년 역사가이면서 건축가인 Jacques Couelle이 우연히 이 성당을 발견하고는 그 아름다움에 반해 성당 도면을 그리고 길이를 측정하고 모든 돌에 번호를 매긴 후 사진에 담았습니다.


당시 미국 철도업계 거물의 딸이자 잔다르크의 추종자였던 거트루드 힐 개빈(Gertrude Hill Gavin)은 이 이야기를 듣고는 성당을 구매합니다. 거부의 딸답게 성당을 모두 분해해 미국 롱 아일랜드에 그대로 옮겨 옵니다. 이전에도 프랑스의 성을 분해하여 배로 싣고 와서 미국에 세운 경험이 있었다네요. 개빈이 성과 성당을 옮겨간 몇 년 뒤 프랑스는 문화재와 보물의 유출을 막는 법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 성당은 15세기부터 약 500년 동안 St. Martin de Seyssuel이라고 불렸답니다. 새로운 주인 개빈은 이 성당을 잔 다르크를 기리는 성당으로 부르기 시작하고 당시 교황은 개빈에서 이 건물 안에서 미사를 집전할 수 있는 권한을 주게 됩니다.


개빈은 13세기의 고딕양식의 재단과 프랑스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잔다르크 돌(Joan of Arc Stone)’도 사들입니다. 이 돌은 성모상의 받침돌이었는데 잔 다르크가 백년전쟁에 나서기 전 이 돌에 기대어 기도를 하고 입술을 맞추었다고 전해집니다. 성당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모두 제대 뒤에 위치한 잔다르크 돌과 그 주변 벽을 만져보는데 눈에 띄게 주변 벽보다 온도가 찹니다. 잔다르크가 기도했던 돌이라 그렇다는 것이 이 성당의 유명한 전설입니다.


1962년 개빈은 자신의 성당과 이 성당을 마크 로트만(Marc Rojtman) 부부에게 팔게 됩니다. 하지만 로트만이 이사오기 닷새전 집과 성당 일대에 불이 납니다. 집은 다 탔지만 성당은 다행이 피해가 없었습니다. 이 사건을 겪고 나서 로트만은 예수회에서 운영하는 밀워키의 마켓 대학에 성당을 기증합니다. 9개월에 걸쳐 돌 하나하나에 표시를 하여 분해를 한 뒤 이곳 마켓 대학에 옮겨 1966년에 문을 열었습니다.


지난 600여년 동안 겪었을 온갖 풍파에도 이 성당 안에서는 평화로움이 전해집니다. 1995년에서 1997년 이 대학에서 공부하면서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성당에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종종 미사를 보기도 했었기 때문입니다(보통 20명 정도가 참여하지요). 오랫만에 찾은 이 성당에서 건물의 역사와 함께 제 삶의 역사도 잠시 돌아볼 수 있어 따뜻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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