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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Mar 15. 2019

이천 시몬스팩토리움

신나는 공장 구경


남의 집 구경, 작업실 구경만큼이나 재미있는 것이 공장 구경이다. 수직과 수평을 맞춘 단정한 기계들이 만들어내는 엄정한 아름다움, 머리 속 아이디어를 직접 만질 수 있는 현실의 물건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을 지켜보면 경이롭기까지 하다. 요즘은 건축과 디자인, 각종 편의시설에 신경을 쓴 공장이 많이 생겨서 멋진 건축물 구경 가는 기분으로 일부러 찾아가 보게 된다. 


이천 시몬스 침대의 공장은 잘 정돈되어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모습이었다. 내년이면 150주년을 맞는 브랜드가 새로 만든 공장이라 어떨지 궁금했는데 벽돌로 만든 외관은 단정했고 공장 내부는 안전을 위한 노란선을 제외하곤 모든 공정과 라인 설명을 붉은색으로 처리해 시각적으로도 편안했다. 이런저런 설명 대신 간결한 픽토그램과 사인으로 처리한 세심함이 눈에 띄었다.


공장이긴 하지만 ‘팩토리움’이라고 이름 붙인 데에서 알 수 있듯이 공장과 R&D연구소는 물론이고 브랜드의 역사와 제품 소개를 할 수 있도록 기획한 것이 특징. 공장 구경이나 견학을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물건 하나를 만드는 데에는 정말 많은 공정이 필요하다. 그걸 직접 확인하고 나면 내가 쓰는 물건들이 훨씬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곳 역시 마찬가지. 브랜드를 시작한 창립자의 사무실을 그대로 재현했고 오래된 매트리스 제조 기계를 구해 전시했는데 웬만한 미술작품보다 아름다웠다. 어떻게 저런 옛날 기계를 다 구했을까 궁금했는데 역시나 해답은 ‘이베이’!. 침대 스프링을 활용한 커다란 설치작품 옆쪽으로는 재미있게 재즈의 역사와 브랜드 역사를 연결시킨 동영상과 음악 감상이 가능했다. 오래 전 광고비주얼을 모아 브랜드 히스토리월(History Wall)로 꾸민 것도 인상적. 좋은 기획과 안목 덕에 대부분은 브랜드들이 갖고 있는 자료를 근사하게 활용하는 듯.


역사에 관해 설명을 듣고 나면 제품을 직접 확인해볼 수 있는 넓은 쇼룸이 나온다. 천장이 높고 자연광이 들어와 멋진 저택에 들어와 있는 듯한 풍경. 침대와 매트리스, 침구 같은 자사 제품 이외에도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용품을 골라 함께 소개하는 일종의 셀렉트 숍 역할을 해서 쇼핑욕구를 자극하기도 했는데 반려동물을 위한 쿠션, 아기와 함께 온 가족을 위한 수유실과 유모차 세우는 곳 등 곳곳에 다정한 배려가 숨어있는 것도 좋았다. 


전시를 위한 공간을 별도로 만들었는데 장 줄리앙 전시가 열리고 있다. 전시 오픈을 위해 이곳을 찾은 작가가 곳곳에 비밀스럽게 남긴 ‘흔적’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 공장 구경을 하고 ‘직원식당’으로 향했다. 요즘은 전문 급식업체들이 직원 식당을 운영하는데 이곳은 이천에서 자라는 농작물로 장을 봐 직접 조리를 하고 있으니 맛을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어디 하나 지저분한 모습을 볼 수 없고 환기도 완벽해 불편한 냄새가 나지도 않는다. 직원식당 내지는 구내식당에 대한 로망이 있는 탓에 잠시 이직을 해야 하나 생각했을 정도.


공장 견학이라보다 문화오락시설에 온 듯했다. 깨끗하고 단정하며 규모 큰 공장이 주는 압도적인 느낌이라니. 역시 남의 공간 구경하는 건 재미있다. 담번엔 어떤 공장을 가보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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