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 – 1997

by HER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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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 – 1997


1997년 여름. 저는 2년여 동안 살던 미국 중부의 Wisconsin주 Milwaukee시에서 이사짐을 수레에 넣고는 차와 연결하여 밀워키를 떠나 시애틀로 향했습니다. 소형차에 무거운 수레를 연결하니 달리다가 브레이크를 걸어도 수레의 힘 때문에 차가 금방 서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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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하면 참 위험했던 순간들입니다. 주행 거리로만 3,100km에 달하는 길인데, 그 때는 무슨 생각이었는지, 이럴 때 아니면 언제 구경하겠나 싶어 일주일 동안 수레를 달고 가는 길에 여기저기 들렀습니다.


South Dakota에 있는 ‘큰바위 얼굴’ (Mount Rushmore)에도 들리고, Yellow Stone 국립공원에도 들렀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루 평균 8-10시간 정도 운전하고 숙소에 들어가 자곤 했었던 것 같습니다.


일주일만에 도착한 시애틀에서 이사짐을 풀고는 백화점에서 큰 맘 먹고 사진에 있는 그릇 세트를 샀습니다. 워낙 튼튼해서 20년이 되어가는 지금도 아주 잘 쓰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무심하게 쓰던 이 그릇을 오늘은 따로 꺼내어 다시 바라보았습니다.


그릇 살 때 고민했던 생각들에서부터 꼬리를 물고 물어, 결국 예전 사진첩까지 뒤지게 되었습니다. 가격이 비싼 고급 그릇은 아니지만, 제게는 애틋한 유학시절의 추억이 있던 오래된 그릇입니다. 그러고보니 제가 갖고 있는 ‘물건’중에는 추억이 담긴 물건과 그렇지 않은 물건이 있네요.


물건으로서의 가치라기보다는 저와 함께 한 시간에 대한 가치가 훨씬 더 큰 물건들… 추억을 꺼내는 것을 보니 나이가 들어가나봅니다. 이 그릇이 앞으로도 제 옆에서 가끔씩 예전의 추억들을 하나씩 꺼내어주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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