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 그릇 사기

많이 사기

by HER Report
%EA%B7%B8%EB%A6%87.jpg?zoom=1.25&w=700


좋아하는 걸 눈 앞에 두고 그냥 지나칠 수 있다면, 그건 진짜 좋아하는 게 아닙니다. 모처럼 여행 가서 제일 먼저 가보는 곳은 주방용품 가게나 그릇가게. 기념품으로 사오는 것 역시 주방용품이나 그릇. 이번 여행도 예외가 아니지요. 더구나 디자인강국 핀란드의 수도에 갔으니 어떻게 그냥 오겠어요. 이딸라, 아라비아 핀란드의 고향인 걸요.


이미 오래 전 북구 디자인 붐이 불었던 일본의 수집가들이 핀란드와 덴마크 앤틱숍과 플리마켓을 누비며 거의 싹쓸이하다시피 해서 상태 좋은 것은 많이 남아있지 않고 혹시 남아있으면 가격이 비쌉니다. 포기하고 있던 참에 반나절 놀러간 포르보(Porvoo) 앤티크 상점에서 옛날 아라비아 핀란드의 커피잔들을 발견했습니다. 상태가 아주 좋지는 않고 2, 4인조 맞추는 것이 불가능하게 다 하나씩만 남아있네요. 그중 6개를 골랐더니 주인 할아버지가 인터넷으로 인장을 찾아 보여주며 대략적인 연도를 소개해줍니다.


커피잔을 고르고 돌아서는데 로얄코펜하겐의 디저트 접시 6개가 한 구석에. 1960~70년대 것이라는데 깨끗하게 그려진 요즘 제품에 비해 푸근한 느낌을 주네요. 가격도 비싸지 않구요. “안 사고 가면 분명히 일년 내내 머리 쥐어뜯으며 후회할 것”이라는 남편의 격려 아닌 격려에 6개 모두 구입.


피스카스 마을 갔다가 가위와 정원용품, 모종삽 사는 길에 남아있는 울티마툴레 코디얼 잔 4개 특가로 판다고 해서 살짝 고민하다 사 버렸습니다. 이 정도면 됐다고, 그릇쇼핑 끝이라고 H에게 당당히 선언하고 돌아와 헬싱키 번화가인 에스플라나디 이딸라 매장에 들렀습니다. 서울보다 가격이 좀 싸고, 세금 환급 받으면 더 쌀 거고… 하며 머리 속에서 열심히 계산기 두드리면서도 잘 참았는데 마지막 날, 공항에서 무너졌네요. 비행기 시간이 남아 생각 없이 면세점에 들린 게 문제. 지갑에 남아있던 유로화를 써야 한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알토의 사보이 화병을 샀는데 20유로만 더 쓰면 10퍼센트 특별할인이라는 바람에 울티마툴레 디저트볼 2개 괜히 구입.


끝난 거 같죠? 하지만 “진짜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라는 레니 크라비츠의 노래가 제 인생 주제가! 비행기 안에서 이딸라 울티마툴레 잔에 음료 마시며 승무원에게 “내가 좋아하는 잔이야” 했더니 할인 가격으로 기내 면세판매중이라네요 ㅋ. 기세좋게 샴페인 잔 6개를 샀습니다. 진짜 마지막입니다. 혹시 깨질까봐 트렁크에 못넣고 모두 직접 들고 비행기에 탄 덕에 그릇만 한 보따리, 어깨 빠질 뻔 했습니다. 여행길에 돈 쓰고 몸 고생하니 담번엔 그릇 절대 안산다고 후회하다가도 집에 와서 풀어놓는 순간, 다시 다음번 여행에 어떤 그릇을 살까 생각이 바뀌니 문제입니다.


8일의 헬싱키 여행. 저에겐 이렇게 그릇으로 남았네요.

%EA%B7%B8%EB%A6%87-1.jpg?zoom=1.25&resize=700%2C700
%EA%B7%B8%EB%A6%87-2.jpg?zoom=1.25&resize=700%2C700
%EA%B7%B8%EB%A6%87-3.jpg?zoom=1.25&resize=700%2C700
%EA%B7%B8%EB%A6%87-4.jpg?zoom=1.25&resize=700%2C700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로얄코펜하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