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일주일 동안은 밤늦게 집에 들어가 잠깐 자고 나오는 게 전부다 보니 마감끝나고 나면 집안은 난리, 일이 잔뜩 밀려있다. 청소를 하고 이불을 빨고 장을 봐서 냉장고를 채우고… 이럴 거면 차라리 마감이 낫다 생각하면서도 놓아둘 수 없는 집안일.
반짝거리고 위생적인 스테인레스도 좋고 투명하게 빛나는 유리도 좋지만, 따뜻하고 만든 이의 손맛이 담긴 투박한 나무는 가을과 겨울에 더 자주 쓰게 된다. 목공을 배워 가구를 만들겠다는 H에게 “작업 쉽고 실제 쓸모있는 숟가락과 포크 같은 커틀러리 먼저 만들라”고 꼬드겨 앞으로 나무로 된 주방용품을 더 늘일 계획이었는데 도무지 제품 완성 소식이 없으니.
스푼이나 코스터, 접시 등 나무로 만든 주방용품은 관리가 쉽지 않다. 세제로 닦지 말고 물에도 덜 닿게 사용해야 하는데 기름기 없이 뽀드득 한 게 좋으니 어쩔 수 없다. 오래 사용하고 물과 세제로 씻어서 하얗게 결이 일어나는 나무 커틀러리에 기름을 발라 잘 닦아주는 것도 이맘 때 해야하는 집안 일이다. 은행나무, 단풍나무, 포플러 나무 등 그동안 사모은 목기와 커틀러리가 잔뜩이다. 먹기도 아까운 좋은 호두를 거즈천으로 살짝 감싸 살살 문지르면 기름이 배어나와 자연스레 코팅이 된다. 올리브유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먹을 땐 아끼는 좋은 엑스트라 버진 오일도 커틀러리 윤낼 때에는 콸콸 따라 사용! 남은 기름기를 닦아내고 자연스럽게 말리면 끝.
인생도 일상도 이러면 좋겠다. 맥 빠지고 지칠 때에 좋은 기름 살짝 입혀 다시 반질반질 윤내고 부드럽게 만들 수 있으면. 요즘 하도 거지같은 일들이 많아 분노가 막 치밀어 오르는데 나무숟가락 닦으며 마음 수양하는 수밖에.
그래도 틀어놓은 뉴스 때문에 ‘평정심일랑 개나 줘버려!’ 하고 욱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