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은 도구 싸움. 특히나 음식은 도구가 절반”이라는 허언을 일삼는 저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주방용품 쇼핑.
우에노 거쳐 아사쿠사까지 걸어간 데에는 이유가 있다. 바로 조리용품과 제과제빵용품, 레스토랑에서 필요한 온갖 집기를 파는 갓파바시가 있기 때문이다. 긴 대로를 따라 가게들이 줄지어 있고 중간중간 골목에도 전문점들이 자리한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작은 가게도 다 들어가 보느라 하루 종일도 모자랐는데 이제 집안 가득 사들이고 나니 지갑은 닫고 눈만 열고 구경. 주방용품을 살 때에만 유독 결정장애가 있어 이렇게 많은 매장이 있으면 머리 아파서 아예 못고른다.
비슷한 증세가 있는 페친분들에게 수많은 가게 중 하나만 추천한다면 1908년 창업한 ‘카마아사 쇼텐(釜浅商店)’! 아사쿠사에서 냄비를 만들기 시작해 이런 이름이 붙었다. 좁은 길을 사이에 두고 칼을 전문으로 하는 매장과 무쇠 솥과 냄비, 각종 조리도구를 파는 매장 두 곳이 영업을 하는데 쇼핑이 아니어도 구경할 만하다.
소바용품만 파는 곳, 커피용품전문점 등을 둘러보며 뭔가 살까 했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키야(木屋)’에 들를 예정이니 꾹 참았다. 니혼바시에 있는 ‘키야’는 1792년에 창업한 가게인데 칼과 가위, 각종 냄비와 조리도구, 청소용품까지 갖춰놓은 곳이다. 몇 몇 백화점 리빙코너에도 입점했고 미드타운에도 매장을 냈지만 역시 분위기는 본점이 압도적.^^
갓파바시를 나와 모처럼 아사쿠사 센소지로 향했다. 센소지 큰 화로의 연기를 쐬면 아픈 곳 없이 건강하다는 말이 있다. 대학교 2학년 때 도쿄에 와서 연기를 쐬어 그덕에 지금까지 무탈했나 싶어 불전함에 동전을 넣고 기도하고 다시 향타는 연기를 쐬고. 앞으로 또 25년이 지나 이곳에 온다면 그땐 어떤 생각을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