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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May 03. 2019

클래쉬 드 까르띠에 런칭 행사

제품은 하나도 없이, 음악과 책과 시와 춤과 공연으로 가득했던

[her travel: 파리]


출장을 다니며 ‘기획’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하게 된다.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했던 까르띠에의 산토스 시계 행사는 ‘Bold&Fearless’라는 주제로 다양한 방면에서 놀라운 활동을 보여주는 인물들의 오픈 토크였다. 브랜드 홍보가 아닌, 21세기 현시대의 여러 도전과 고민을 다루는 컨퍼런스 같았다고 할까.


이번 출시된 새로운 주얼리 컬렉션 ‘클래쉬 드 까르띠에Clash de Cartier’는 펑크적인 요소와 클래식한 매력을 모두 갖춘 디자인이 특징이다. 


이를 위해 ‘모순contradiction’을 주제로 파리에서 런칭 행사가 열렸는데 주얼리 라인을 직접 눈으로 보고 착용해보는 ‘Touch&Try’ 세션을 제외하고는 음악과 공연, 미식 등 우리 감각을 자극하는 프로그램으로 진행이 되었다. 


그중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행사가 열리는 이틀 내내 팝업 형태로 문을 열었던 ‘갤러리’였다.  

방돔광장 한쪽에 완전히 새로운 공간을 만들었는데 입장과 동시에 아이패드를 통해 간단한 퀴즈를 통해 자신의 성향을 확인할 수 있다(나의 경우는 ‘패티 스미스’!).


이 결과에 따라 컴필레이션 LP를 선물로 받게 된다. 몇 개의 문을 거쳐 마침내 눈앞에 등장한 것은 멋진 LP와 CD가 자리한 청음 공간. 70년대 초반의 펑크록부터 요즘 클럽 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악을 선택해 직접 들어볼 수 있다. 


이 음악의 셀렉션을 총괄한 사람은 호텔 코르테즈의 음악을 책임졌던 파리 클럽 뮤직의 전설 미셸 구베르. 직접 행사장에 나온 그는 흐뭇한 모습으로 음악을 즐기는 방문객을 돌아보았다.


그다음 공간은 온통 붉은색의 무대다. 이틀 내내 시간 대 별로 댄서와 음악가, 시인과 연주자들이 나와서 무대를 꾸몄다. 우리가 방문한 시간에는 지금 프랑스에서 가장 인기를 얻고 있는 쌍둥이 스트리트 댄서 Les Twins가 멋진 춤을 보여주었다(지난해 코첼라 헤드라이너였던 비욘세의 무대에서 최고의 기량을 보여준 주인공들!)


공연 감상을 마친 후 옆으로 가면 높은 천장까지 서가가 이어지고 커다란 책상 위에 타이프 라이터와 책들이 놓여 있다. 유럽 대륙 최초의 영어 전문 서점인 갈리냐니(Galignani)의 셀렉션으로 문학과 음악, 패션과 미술 등 예술의 각 분야에서 멋진 책을 선정해 살펴볼 수 있게 해 놓았다. 


하이쿠를 짓는 시인들이 넓은 테이블에 앉아 방문객과 대화를 나누며 그에게 필요한, 잘 어울릴 하이쿠를 그 자리에서 지어준다. 음료를 마시며 음악을 듣다 책을 읽다 이야기를 나누는, 고급문화 라운지를 구현해 놓아서 나가고 싶지 않았다.


단순히 제품을 보여주고 홍보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이 탄생하게 된 문화적, 미학적 배경을 소개하고 그 메세지를 온몸으로 느끼게 해주는 접근이 신선했다. 그러려면 대단한 자신감과 길고 긴 준비, 아낌없는 투자가 함께 해야 할 테니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나라 기업들도 한번 참고했으면 좋을 행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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