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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Jul 02. 2019

힙스터 호텔의 시작을 알린 에이스호텔

시애틀여행#2 


[HER Travel: 미국 시애틀 에이스호텔(Ace Hotel Seattle) ]


여행을 위해 호텔 예약을 할 때에는 주로 Tablet을 사용하는데 시애틀 숙소를 찾으며 에이스 호텔은 너무 뻔할 것 같아서 망설였다. 지난 20년 동안 힙스터 문화의 상징이 되어 버려 진부하지 않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적절한 가격과 위치, 분위기 등을 고려할 때 별다른 대안이 없어서 이곳으로.


1999년 시애틀에서 처음 시작한 에이스호텔은 20년이 지나는 동안 미국은 물론이고 해외에도 분점을 내며 성공을 거두었다. 힙스터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2006년 포틀랜드에도 에이스 호텔을 열었다. 그 무렵 우연히 외국 잡지를 보다 에이스 호텔 이야기를 읽고 서면 인터뷰를 요청했다. 어떻게 한국에서 에이스호텔을 알게 되었냐며, 호텔 컨셉을 가장 잘 소개해줄 수 있는 창업자 알렉스 칼더우드(Alex Calderwood)가 답변의 대부분을 해주었다. 그는 그래픽 디자인에 관심 많은 파티 기획자 출신으로, 친구인 웨이드 웨이겔(Wade Weigel)과 오래된 이발소를 개조해 로큰롤 터치를 가미한 Rudy’s 라는 이발소를 열었는데 성공을 거두어 15개 프랜차이즈로 확대한 것은 물론 샴푸와 바디용품 브랜드를 런칭해 인기를 누리게 된다.


이 두 사람과 더그 헤릭(Doug Herrick), 세 명의 동업자가 시애틀에 있는 구세군이 운영하던 사회복귀 훈련시설 건물을 사들여 개조하면서 ‘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해보자’ 한 결과가 에이스호텔 시애틀이다. 지역문화를 잘 보여주는 공간과 서비스, 스트리트 아트, 레트로 쿨 등을 강조한 단순하지만 경쾌하고 부담없는 호텔은 주머니 가벼운 예술가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에이스 호텔이라는 이름은 카드에서 가장 높으면서 가장 낮은 에이스 카드에서 가져왔는데, 친근한 서비스에 합리적인 시설, 부담 없는 가격의 호텔을 목표로 삼았다”고 칼더우드는 말했다.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가방을 들고 올라야 하는 계단, 로비랄 것도 없이 길다란 테이블에 의자가 놓여 있고 그 위에는 작은 수족관이 자리잡고 있다. 대담하고 캐주얼한 인테리어가 눈길을 끄는 객실은 고급스럽다 하기엔 어렵지만 그렇다고 불편하지도 않다. 미국 대부분의 건물이 그렇듯 천장이 높아서 방이 조금 작다고 해서 답답하지는 않다. 찾아오는 사람 누구에게나 편하게 대해주는 서비스에, 시애틀 일대에서 가볼 만한 곳들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아침은 지하에 자리잡은 키친 겸 다이닝 공간에서 해결할 수 있는데 빵과 삶은 계란, 주스와 커피, 오렌지 등 과일이 준비되어 있다. 투숙객들이 좋아하는 것은 직접 만들어 먹는 와플. 반죽을 들고 거친 손길로 부산을 떠니 옆 테이블 앳띤 얼굴의 한국 여성분이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아이 둘을 데리고 여행 중인 재미교포라는데 우리 둘이 와플을 완성할 때까지 계속 ‘돌봐’ 주었다. 이날 아침 한국말이 얼마나 반갑고 고맙던지.


엄청 세련되고 우아한 분위기는 아니어도 머무르는 데 큰 어려움 없는 호텔이다. 현관을 열고 들어서면 “Welcome to Ace Hotel Seattle”라는 환영 인사와 함께 “We were strangers once, too”라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문구가 맞이해준다. 힙스터 디자인이건 뭐건, 낯선 도시를 찾은 여행자에게 제일 큰 위로가 되는 것은 이런 작은 인사다. 포틀랜드로 떠나는 4일 간의 여행 동안 기꺼이 무거운 트렁크를 맡아 주며 조심해서, 즐겁게 다녀오라는 다정함을 얹어 말을 건넨다.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친절해야 한다. 어딘가에서, 어느 한 때는 다들 ‘이방인’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테니.
2423 1st Avenue, Seat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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