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1997-1998

시애틀 여행#3

by HER Report

[Food for thoughts: 미국 Seattle 1997-1998]


시애틀은 내게 애증이 섞인 도시다. 1997년 8월 나는 미국 중부 위스콘신주의 밀워키시에서 소형차 뒤에 차보다 살짝 작은 수레(U-Haul)를 달아 이사짐을 싣고는 1주일 넘게 운전하여 시애틀에 도착했다. 이동 거리만 3,200킬로미터. 쉬지 않고 운전하면 26시간에 도달하는 거리이지만, 이삿짐 수레를 달고 운전을 하다보니 천천히 달릴 수 밖에 없었고, 달리다가 적당한 곳에 멈춰 잠을 자고, 또 일어나 달리기를 계속 했다. 중간에 '큰바위 얼굴'로 알려진 Mount Rushmore National Memorial을 구경했는데 네비게이션이 없던 시절이라 잔뜩 긴장해 지도만 보고 운전 하다 잠 잘 곳을 찾느라 고생하던 생각도 난다.


당시 나는 시애틀에 있는 워싱턴 대학(University of Washington) 박사과정에서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아시아 경제 위기가 닥쳤고, 750원하던 달러 환율은 갑자기 1,500원을 넘어서고 있었다. 나로서는 선택을 해야 했다. 이 곳에서 계속 버티느냐 아니면 공부를 접고 들어가느냐. 결국 나는 휴학을 택해 한국에 들어와 일을 시작했고, 시애틀로 다시 돌아가지 않았다.


2007년 출장으로 시애틀에 왔고, 이번에 다시 12년 만에 오게 되었다. 캠퍼스를 걸으며 아내에게 내가 수업받던 빌딩과 비맞으며 걷던 곳, 붉은 광장(red square)으로 불리는 도서관 앞 광장, 교과서를 사던 서점 등을 보여주었고 두 번이나 자동차 강도를 당해 없는 살림에 힘들었던 일, 아르바이트 할 때의 경험 등 옛날 추억을 이야기했다.


시애틀은 모든 것이 불확실하던 시기, 다소 우울하게 시간을 보냈던 곳이기도 하다. 공부를 계속 해야 하나 마나, 돌아가야 하나 마나 고민하는 가운데 일년에 절반 넘게 비가 오는 날씨 때문에 더 우울했는 지도 모른다. 그 시절로부터 20년도 더 넘은 지금은 그때만큼 불안하지는 않는 것 같다.


삶에는 늘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나이 들며 이를 끌어안을 수 있는 능력이 조금 커져서인지도 모르겠다. 앞으로도 내게 닥쳐올 온갖 고민과 불확실성을 지혜롭게 끌어안고 버텨나갈 수 있기를. 예전의 나보다 조금씩 더 현명해지길. 캠퍼스는 그대로인데 나는 조금, 아니 많이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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