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색 있는 대학은 어디에 있을까?

포틀랜드 여행 #5 리드 칼리지(Reed College)

by HER Report

[Food for thoughts : 미국 포틀랜드 리드 칼리지(Reed College)]


전생에 까막눈이 확실했을 우리는 여행 중 서점, 도서관과 함께 대학 캠퍼스를 들러본다. 이번 여행중에는 시애틀에서 워싱턴 대학(Univ. of Washington)을, 포틀랜드에서는 스티브 잡스가 잠시 서체를 배우기 위해 청강했다는 리드 칼리지를 가보았다. 1908년에 설립된 이 학교의 캠퍼스는 무척이나 아름다웠고, 방학에 접어들어 매우 조용했다.


리드 칼리지에서는 학생들에게 좋은 학점보다는 학문에 대한 깊은 관심을 요구한다. 학생들은 1년간 인문학 과정을 수강해야 하며, 4학년 학생들은 엄격한 절차에 따라 졸업 논문을 쓰고 구두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교수 1인당 학생 비율은 10명 이내이며, 수업은 토론 중심의 컨퍼런스 형태로 이루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이 학교에는 1968년에 원자로를 설치했고, 유일하게 학부생들이 운영을 하고 있다. 학생들의 성적을 매기기는 하지만, 학생이 C- 이하로 내려가기 전까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리드 칼리지에는 학사와 석사 과정까지 밖에 없지만, 1975년 이래 지금까지 미국 전국에서 박사를 받은 사람들이 어느 학부를 졸업했는지 살피는 지표에서 항상 전국 5위 안에 든다(Doctoral Degree Productivity라고 부르는 이 지표에서 가장 1위를 많이 한 학교는 칼텍CalTech이었다).


이 대학을 구경하고 자료를 찾아보면서 대학은 어떤 곳이어야 하는가 생각하게 되었다. 리드 칼리지 등록 학생 수는 1,400명에 학과 수는 26개에 ‘불과’하다. 내가 다녔던 한국외국어대학교는 학교 이름처럼 외국어학을 전공으로 삼는 국내 유일의 고등 교육기관으로 영어, 불어, 중국어, 독일어, 러시아어과 등 5개 학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전자물리학과와 바이오메이컬 공학부 등으로 확장 60개 학과에 재직 학생수만 2만 명을 넘어섰다. 한쪽은 규모는 작지만, 어느 대학교와 비슷하지 않고 자기만의 색깔로 100년 이상을 운영해왔고, 또 한 쪽은 60여년 동안 학과 수와 학생수를 늘렸지만, 자기만의 색깔은 점점 흐려져갔고, 많은 비슷한 대학 중의 하나가 되어갔다. 양쪽 모두 그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최근 대학의 미래가 밝을 것이라고 말한 사람을 보기는 힘들다. 얼마전 비용을 지불하고 미국 유명 대학의 온라인 강좌를 들었던 적이 있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잘 짜여져 있었다. 직접 만나기 힘들 유명한 교수의 수업을 들을 수 있었고, 내가 제출한 과제에 대한 꼼꼼한 피드백도 얻을 수 있었다. 수백 명을 커다란 강의실에 모아 놓고,오래된 커리큘럼으로 강의를 진행하는 대학에 미래가 있을까? 리드 칼리지처럼 작지만 자기만의 교육 철학으로 운영되는 대학과 많은 학생수와 다양한 ‘모든’ 학과를 모아 놓은 종합 대학 중 어느 대학이 미래에 살아 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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