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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Jul 02. 2019

시애틀 아트 뮤지엄(Seattle Art Museum)

시애틀여행 #5

[HER travel : 미국 시애틀, 시애틀아트뮤지엄]


시내에 자리잡은 시애틀아트뮤지엄(Seattle Art Museum)은 SAM이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1933년 대공황기에 시애틀 파인 아트 소사이어티 회장인 리처드 풀러(Richard Fuller)와 그의 어머니가 자금을 기부하고 시애틀 시가 땅을 기부해서 처음 만들었다. 풀러는 1970년대에 박물관 관장으로도 활동했는데 일하는 동안 월급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워낙 부자니까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을 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시애틀과 워싱턴주를 대표하는 미술관을 만들기 위해 이후 기업과 개인의 기부가 이어졌고 1991년 로버트 벤추리의 설계로 시내 한 복판에 미술관이 들어선다. 이듬해 조너선 보로프스키의 거대한 조각상인 ‘해머링 맨(Hammering Man)’이 세워지면서 오늘날과 같은 모습으로 완성되었다.


공간이 좁다 보니 전시에 어려움을 겪어서 부지 매입과 확장 공사를 통해 2007년 지금의 모습으로 재개관을 한다. 16층 건물 12개 층이 미술관 소유로 아래 4개 층을 미술관으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사무실 등으로 임대해 운영에 충당한다. 미술관 운영 관련해 정부의 보조금은 4%에 지나지 않고 나머지는 티켓 판매와 멤버십, 부동산 임대로 운영하는데 2009년 금융 위기 때 세든 회사들이 힘들어지는 바람에 수익이 줄어들어 고생했다고. 지금도 게이츠 재단이 작품 구입에 필요한 기금을 후원하고 있다. 1980년대까지는 보잉이(시카고로 옮겨갔다), 그 이후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요즘은 아마존이 도시의 고용과 문화 후원을 지탱하고 있는 듯하다.


박물관이며 미술관인 이곳은 이집트 유물부터 그리스 로마 유적, 유럽과 아시아 유물을 비록해 인상파 그림과 현대미술, 장식미술과 공예작품 갤러리까지 있다 보니 정신이 없긴 하다. 가장 열심히 본 곳은 ‘포슬린 룸’인데, 유럽과 일본, 중국으로부터 수집한 도자기 1000여 점이 주제별로 전시되어 있다. 그동안 내가 사들인 그릇은 새 발에 피 정도가 아닌, 새 발에 헤모글로빈 수준이었다. 역시 수집은 애매한 것으로 많이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좋은 걸 갖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제일 좋은 골로 많이 갖고 있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미술관 곳곳은 물론 웹사이트 등에도 “시애틀 아트 뮤지엄은 살리시 해안에 자리잡았던 선주민의 땅에 세워졌다”고 언급되어 있다. ‘시애틀’이라는 이름 자체가 원주민, 혹은 선주민인 아메리카 인디언 추장의 이름에서 가져온 것이다. 엄청난 학살을 통해 이주민인 백인들이 인디언을 몰아내고 만들어낸 도시. 한동안 사라졌던 인디언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인지 인디언의 역사를 보여주는 유물과 예술품이 곳곳에 전시되고 있다. 살아 움직이는 문화가 아니라 박제된 문화 같아 보여서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말이다. 
1300 1st Ave, Seat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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