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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Jul 04. 2019

오픈 50주년 맞은 음반상점‘뮤직 밀레니엄’

포틀랜드 여행 #6  오래된 음악에 바치는 빛바랜 신전 

[HER travel :  미국 포틀랜드,  ‘뮤직 밀레니엄’]


책과 음악, 커피가 넘치는 포틀랜드는 좋아할 수밖에 없는 도시다. 여전히 바이닐에 대한 사랑이 남아 있는 이 도시에서 가장 가고 싶었던 곳 중 하나가 음반가게인 뮤직 밀레니엄(Music Millennium).


이곳에 간다고 하니 우버 운전사는 ‘that old one!’ 하고 이야기한다. 음반 가게라는 거이 사라져가는 요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 가볼만한 곳이다. 1969년 일반 레코드가게에서 찾아보기 힘든 언더그러운드 음반을 소개하기 위해 문을 연 이곳은 미국 북서부 태평양 일대에서 가장 오래된 레코드 상점으로 포틀랜드의 문화 아이콘이기도 하다. 올 봄 3월에 성대한 50주년 행사를 했는데, 이 매장을 열고 처음 튼 음악이었던 비틀즈의 ‘It’s too much’를 행사 시작 음악으로 틀었다고 한다. 포틀랜드 시에서는 지난 4월 25일을 ‘뮤직 밀레니엄 데이’로 선포해 축하하기도 했다.  


정말 음악에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찾아가기 애매한 곳에(그래봤자 우버로 20분 거리이지만)자리하는데 문을 열고 들어가면 1970년대 쯤으로 돌아간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이곳에서는 정말 시간이 천천히 흐를 것만 같았다. 길게 이어지는 공간은 재즈와 클래식, 록 등 장르별, ABC 순으로 음반이 정리되어 있다. CD와 바이닐, 카세트와 릴 테이프, 미니디스크와 DAT, DCC 등 지금껏 존재한 음악의 다양한 실물 형태를 구할 수 있다. 새로운 음반은 물론이고 중고음반도 많아서 시간을 충분히 두고 찾아본다면 예기치 못한 추억의 보물을 발굴할 수도 있다.

 원하는 음반이나 궁금한 음반이 있으면 각 섹션을 담당하는 스탭에게 문의하는 것이 좋다. 아주 친절하게 음반을 찾아주고 추천을 해준다. 좋은 음악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매장 안에서 작게 공연을 열기도 하고 음반이 나오면 사인행사도 진행한다. 셰릴 크로, 사운드가든, 랜디 뉴먼, 주얼 등이 이 행사에 참여했던 대표적인 뮤지션들이다.


음반 매장이라기보다 박물관 같은 느낌을 주는데 매장 안에서 음료를 팔아 콜라 한 캔 들고 음반을 살펴보았다. 중고CD는 직접 들어보고 스크래치 등 상태를 확인해볼 수도 있다. 다양한 음악 관련 액세서리도 판매한다. 촌스럽지만 정겨운 공간이다. 오래된 곳이고 음반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보니 청소도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날리는 먼지는...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이런 곳이 한번 둘러보는 관광 명소가 아닌, 사업이 잘되는 매장이 되어야 오래 남을텐데 조금 걱정이 되었다. 마침 이번 주에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새로운 음반 <Western Stars>와 프린스가 다른 아티스트를 위해 만든 곡의 데모 녹음을 담은 음반 <Originals>이 발매되어서 겸사겸사 이곳에서 CD를 몇 장 샀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몇 개나 신청해 꼬박꼬박 돈을 내며 또 이렇게 CD를 사들이다니 좀 이상하지만, 음반이라는 형태도, 그 음반을 파는 가게도 계속 남아서 손으로 음악을 잡고 만지는 즐거움을 계속 누리게 해주면 좋겠다는 나름의 애정 표현이니까. 
3158 E Burnside st., Port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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