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t: Photography and the art of mistak
“사진 분야에서 아마추어와 프로페셔널의 가장 큰 차이는 쓰레기통의 크기이다(In photography, the biggest difference between an amateur and a professional is the size of the wastebasket)” 출처 미상의 이 문구는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 MOMA)에서 열리고 있는 매우 흥미로운 전시 <Don’t: Photography and the art of mistakes>에 새겨져 있는 말이다. 미국의 사진작가 다이안 아버스(Diane Arbus, 1923-1971)의 말도 걸려있다. “안 좋은 사진을 찍는 것이 중요하다(It’s important to take bad pictures)”
이 미술관에서 현재 가장 많은 관객들이 몰리는 곳은 앤디워홀 전시 <Andy Warhol – From A to B and Back Again>이다. 하지만, 내게는 이 사진 전시가 더욱 흥미로웠다. 우리는 흔히 사진을 찍을 때 햇볕을 등지고 찍으라든지, 포커스를 잘 맞춰야 한다든지 하는 ‘상식’들을 갖고 있지만, 이러한 실수들이 사실은 사진 분야에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포커스가 맞지 않는다든지,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찍을 때 남는 잔상(motion blur), 이중노출(double exposure) 등 사진에서의 실수로 분류되던 것이 사실은 그 이후에 사진 촬영의 훌륭한 기술로 채택이 된 역사를 보여준다.
도대체 이렇게 멋진 전시를 기획한 사람은 누구일까 궁금해서 검색해보았다. 그는 30년 가까이 SFMOMA의 사진 부서를 이끌던 산드라 필립스가 2016년 은퇴하면서 그 뒤를 이어 SFMOMA가 새로운 사진 큐레이터로 임명한 프랑스인 클레망 슈루(Clément Chéroux)이다. 이 자리를 채우기 위해 SFMOMA는 1년에 걸쳐 20명의 후보자를 놓고 검토했다고. 그는 파리에 있는 퐁피두 센터의 국립 현대 미술관의 사진 부서의 큐레이터 책임자였다가 미국으로 건너왔다. 박사학위(École Nationale Supérieure de la Photographie, Arles)를 받고 대학에서 사진관련 강의를 하고, 잡지 편집자, 40여 권이 넘는 저술을 하던 그는 사진 분야에서 더 큰 콜렉션을 관리하던 퐁피두 센터(4만점, SF MOMA는 1만 7천점)를 떠나 이곳으로 왔다고 한다.
이 전시는 우리가 갖고 있는 사진에서의 실수에 대한 상식뿐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면서 갖고 있는 실수에 대한 상식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다. 마침 이 전시를 오기 전에 독립서점 Book Passage에서 산 책이 맥시 맥코이(Maxie McCoy)의 <You’re not lost>인데, 점심을 먹으며 잠시 읽어보면서 밑줄 그은 부분이 있다. 인생에서 무언가 잘못되고 있고, 도무지 내가 어떤 곳으로 향해가고 있는지 길을 잃은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이는 사실 새로운 길을 보다 명확하게 찾기 위한 과정이라는 것이다. 길을 잃은 것 같은 느낌을 가져보지 못한 사람들은 새로운 길을 절대로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 전시를 보면서 맥코이의 말을 곱씹게 되었다.
수잔 손탁의 말도 전시에 걸려있다. “나쁜 사진이란 것은 없다고 말하는 것은 전혀 틀리지 않다 – 단지 덜 흥미롭고, 덜 의미가 있으며, 덜 신비한 사진만이 있을 뿐이다.” 삶도 그렇지 않을까… 내 삶의 '쓰레기통' 크기는 얼마나 될까, 그 안에는 어떤 실수들이 담겨있을지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