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
스카치위스키의 고장 스페이사이드에서 머무는 곳은 일반적인 호텔이 아닌, 시바스 브라더스의 주요 고객이나 관련 전문가들에게만 공개하는 키스(Keith)에 자리한 아름다운 저택 린 하우스였다.
대문에서 내려 한참 걸어가야 하는, 영화에서나 보던 오래된 저택이다.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증류기 모양의 커다란 오브제. 위스키의 성지인 스페이사이드에서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상징물이라 부를 수 있을 듯하다.
1878년 '스코티시 바로니얼 맨션' 스타일로 세우진 이 저택은 이슬라 강가에 자리하고 있는데, 시바스 리갈로 우리에게 익숙한 시바스 브러더스가 1993년 사들여 오랜 시간 원래 모습대로 복원을 해 나무 패널과 호사스러운 카페트, 옛날 가구들로 장중하지만 전원적인 분위기를 내고 있다. '린 하우스(Linn House)'라는 이름은 근처에 있는 폭포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1층에는 응접실과 다이닝룸이 있고, 온갖 위스키를 가득 채워 놓은 '위스키 라이브러리'가 자리하고 있다.
아침 일찍 산책을 나가니 비가 내려 강물이 불어나 엄청난 소리를 내며 흘러간다. 곳곳에 물안개가 피고 아침부터 희미하게 맥아를 발효하는 냄새, 증류하는 냄새가 증류소 굴뚝 연기와 함께 번져 나오는 듯하다.
방마다 조금씩 구조는 다른데, 내가 머문 방은 강을 바라보는 경치가 멋진 곳이었다. 지금은 쓰지 않는 벽난로에, 높은 침대, 오래된 가구로 옛 분위기를 내면서도 사용하기에 아무 불편이 없다. 객실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욕실. 바닥에 난방이 들어와 따뜻한 욕실의 주인공은 한가운데 자리 잡은 욕조다. 이 욕조에 앉으면 커다란 창을 통해 밖의 경치를 바라볼 수 있다. 욕실인데 창 바로 옆에 의자를 가져다 놓아서 이상하다 싶었는데, 바깥 경치를 보라는 의미였다 보다. 욕실 벽에는 린 폭포가 그려져 있는 것이 독특했다.
하루 종일 이 욕조에 앉아서 밖이나 내다보면 좋을 텐데 이런저런 일정 때문에 아침 일찍 일어나 저녁 늦게 들어오니 이 멋진 숙소를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쉬웠다. 일반인의 투숙도 받으면 나중 여행 때 다시 오련만, 아쉽게도 그럴 계획은 없다니 이 숙소를 떠나는 것이 더 아쉽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