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올 때면(올해는 왠지 눈이 적다) 기름 냄새를 좀 풍겨야겠다 싶어 진다. 집에서 튀김을 하면 좋으련만 냄새와 기름 처리가... 아파트에 폐기름을 따로 모으는 곳이 있어서 자주 튀김을 했지만 얼마 전부터는 폐식용유 모으는 대형용기를 없애 버렸다. 튀김하고 남은 기름은 빈 용기에 담아 일반쓰레기로 버리거나 신문지를 잔뜩 모아 기름을 흡수시켜야 하는데 다 마땅치 않다. 그래서 찾는 곳이 망원동 텐동집인 이치젠.
문연 지 2년 좀 넘었는데 여전히 줄이 길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자리가 13석 정도다. 예약도 안 받아서 무조건 일찍 가서 이름 적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평일은 그나마 나은데 주말은 여차 하면 1시간 넘게 웨이팅이다.
메뉴는 단출해서 곁들임 메뉴 2가지와 텐동이 전부. 향긋한 바질토마토를 시키고 연두부에 오이, 고수 등을 올리고 유자드레싱을 얹어주는 오이고수도 하나 시키고 맥주 한 병씩. 줄서있을 때 미리 주문을 하고 자리를 잡으면 바로 튀기기 시작하는데 먹보인 우리는 무조건 ‘스페셜’이다! 새우, 아나고, 오징어, 연근, 가지, 호박, 꽈리고추에 계란까지 튀겨 흰쌀밥에 올려주는데 맛이 없을 수가 없다. 다들 아시다시피 신발도 튀기면 맛있어질 텐데 이렇게 기본적으로 맛있는 재료야.
몰아닥치는 손님들에 익숙한 스탭들은 효율적으로 움직이며 음식을 만들고 서빙을 한다. 길다란 카운터에 앉아 한 그릇 뚝딱 먹는 건 순간이다. 1시간 반 기다려 30분 먹고 나오는 길, 기름으로 반들거리는 입술과 통통 부른 배 덕에 기다린 시간이 많이 억울하지는 않다.
* 지난가을 용산 남영동 작은 골목에 2호점을 열었는데 이곳은 텐동이 아닌 튀김정식을 팝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