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야마/구라시키 여행
기억할 만한 날이다. 점심을 무려 두 번 먹었으니... 아침 일찍 문 여는 역 주변 몇몇 식당을 제외하면 구라시키의 레스토랑은 대부분 11시부터 장사를 시작한다. 주위를 걸어다니다 한번 가봐야지 생각했던 곳이 미관지구 한 가운데 자리한 경양식집. 커다랗게 '쿠라시키 스타일 오므라이스!' 하고 붙여 놓은 포스터에 마음을 빼앗겨 언제 갈까 기회를 노리던 곳인데 드디어 가본 이곳 이름은 키유우테이(龜遊亭).
11시 문 열기전부터 서 있다 보니 당연히 1번 손님이다. 60, 70년대 분위기 물신 풍기는 경양식집의 모습이 왠지 낯설지가 않다. 화이트와인 한 잔과 이 지역 특산인 복숭아 리커 언더락을 주문했다. 일본 최대의 과일산지인 와카야마 현이다 보니 각종 과일을 이용한 술을 자주 맛보게 된다. 지나치게 달지 않고 적절한 산미를 갖춰서 새로운 맛을 경험하게 된다.
매달 런치 메뉴가 바뀌는데 운좋게 이달의 점심 정식 메뉴는 '쿠라시키 오므하야시'.
오므라이스와 하야시라이스의 혼합이라 할 수 있다. 폭신하고 부드러운 계란을 입은 오믈렛라이스에 진한 데미글라스 소스를 얹어준다. 쉬운 음식처럼 보이는 오므라이스이지만 부들거리는 계란 속 적절하게 볶은 밥, 진한 소스가 잘 어우러져 별로 대단한 것 같지 않은데 돌아서면 다시 생각나는 맛이다. 문 열기를 30분 기다렸는데 먹는 데에는 15분 정도밖에 안 걸렸던 것 같다. 오늘의 스프와 오늘의 샐러드가 딸려 나온다. 오늘의 스프는 옛날 서울의 경양식집에서 먹어보았던 양송이 크림 수프 맛이다. 아, 추억이란.
매일 11시부터 3시까지 파는 한정 메뉴이고 하루 판매량도 30인분으로 정해져 있다. 40년 동안 영업을 해온 이 집은 구라시키 국제호텔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이다. 메이지 시대 지어진 옛날 집을 개조해 분위기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