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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Jan 17. 2019

일본식 고급 덴푸라 전문점 신사동 '텐쇼'

드디어 일본식 고급 덴푸라 전문점이 신사동에 문을 열다.

신발도 튀기면 맛있다는데 좋은 재료를 바로 그 자리에서 깨끗한 기름에 튀겨주면 맛이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다. 두 사람 모두 기름에 튀긴 음식을 미친 듯 좋아하기 때문에 일본에 여행 가면 ‘딸라빛을 내어서라도’ 덴푸라집에 가는데 도쿄의 야마노우에, 곤도와 교토의 덴유 등 여러 곳의 유명한 집이 있지만 가장 기억나는 곳은 포스 넘치는 할아버지가 조용히 그러나 정말 맛있게 덴푸라를 준비해주던 도쿄 아카사카의 라쿠테이다. 젊어서 야마노우에 호텔에서 덴푸라를 수련한 이시쿠라 슈지 셰프는 많은 제자를 두었는데 텐유 역시 오픈할 때 직접 교토로 가서 준비를 도와주었다고 한다. 몇 년 전 돌아가시고 라쿠테이를 이을 사람이 없어서 이 멋지고 작은 덴푸라 집은 문을 닫고 말아서 늘 아쉽다.

한동안 곳곳에서 좋은 스시집들이 문을 열어서 다음은 텐푸라야 아닐까 기대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지난 8월 고급 덴푸라 전문점이 문을 열어서 기대하다가 방문. 신라호텔 아리아케에서 일한 최지영 셰프가 룸 없이 카운터만 9석인 ‘텐쇼(天匠)’를 책임지고 있는데 상호는 말 그대로 텐푸라 장인을 뜻한다. 



자리에 앉으면 간단한 츠마미가 먼저 나오고 바로 장어뼈와 새우머리 튀김과 튀긴 새우 두 마리가 이어진다. 튀김옷을 입히는 방법에 따라 조금씩 분위기는 다르겠지만 이곳 역시 일본의 유명 덴푸라야처럼 지나치게 바삭거리지 않고 폭신한 느낌이 드는 방식으로 튀겨낸다. 그다음은 통통한 아스파라거스가 나오고 살이 탄탄한 무늬오징어튀김이 이어졌다. 계절에 맞는 재료를 그때그때 선정해서 선보이는데 표고버섯과 은행이 나왔고 살이 쫀득한 조개관자는 후후 불며 먹었다. 향이 좋은 두릅에 이어 제주산 갈치. 뼈를 발라 두툼한 살을 튀겼는데 생각보다 훨씬 맛있었다. 전복 튀김까지 먹고는 입가심으로 문어초회를 먹고 다시 튀김을 시작해 버섯 튀김에 아나고 튀김. 마지막은 맛이 강한 대게를 튀기고 게의 내장을 소스처럼 올려주어서 열심히 살을 발라 먹었다. 좋아하는 ‘게’를 ‘튀겼으니’ 당연히 맛있고. 여기까지가 코스의 끝이고 그날그날 재료에 따라 추가를 할 수 있는데 이날 추가 가능한 재료는 고구마. 아, 고구마는 배 부르잖아… 그러니 패스.


식사는 덴동과 덴차(오차즈케), 덴면 중 선택 가능. 나는 덴차를 시키고 H는 텐동을 시켰는데 덴차는 내 입에는 뭔가 좀 약간 싱겁고 심심한 듯 느껴졌다. 디저트는 생강셔벳과 녹차아이스크림, 멜론 중 선택. 생강셔벳이 먹고 싶었지만 다 떨어져서 아이스크림으로. 앞으로 더 좋아질 거라고, 맛있는 덴푸라를 먹으려면 이런 곳이 많아지고 가격대도 좀 다양해질 거라고 기대하며 식사 끝. 깔끔하고 맛있는 덴푸라여서 기분이 좋았다. 덴푸라에는 역시 샴페인인데, 감기가 너무 심해서 페리에를 마셔야 했던 슬픈…

천천히 여유 있게 덴푸라 오마카세를 즐길 수 있도록 점심과 저녁 모두 한 타임만 진행한단다. 저녁이 15만원으로 가격은 많이 비싸지만, 특별한 날 가끔은 오고 싶을 듯. 맛있는 것을 먹으려면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당연한 결론에 도달하고 돌아온 저녁. 


서울 강남구 언주로152길 15-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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