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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Jan 17. 2019

최고급 동파육을 맛보다. 'Tien Hsiang Lo'

타이베이 레스토랑 ' '

레스토랑 예약을 위해 리스트 펴 놓고 미슐랭 별 받은 곳에 모두 전화해보는 난리를 치렀는데 연말이라 대부분 예약이 다 차서 X표만 늘어났다. 마지막에 남은 곳이 운 좋게 점심 당첨. 랜디스 호텔의 중식당으로, 항주 요리로 미슐랭 1스타를 받은 유명한 곳이다. 사천요리나 광동요리가 아닌 항주요리는 좀 낯설다. 다른 지역과 달리 기름과 소스, 양념을 덜 써서 재료 본래의 맛을 강조하고 요리법도 복잡한 과정을 피하는 것이 특징이란다. '남쪽의 재료에 북쪽의 조리법(南菜北烹)'을 결합시켰다는데 준비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재료 손질부터 상차리기까지 세심하고 세련되었다는 평을 듣는다. 서호를 끼고 있어 다양한 민물생선을 자주 활용한다.


식사 시작은 흑초 소스를 곁들인 장어튀김이었다. 탄력있는 장어살이 이렇게 맛있는 줄은! 두번째 음식은 항주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 중 하나인 ‘송부인의 피시 수프(宋嫂魚湯)’. 800년 전 송 부인이 몸이 아픈 가족을 위해 생강과 후추, 술과 식초를 넣어 생선수프를 만들었는데 병자가 먹고 바로 회복했다는 이야기가 온 마을로 퍼져나가고 마침 근처를 지나던 황제에게까지 전해졌다고. 이 탕을 맛본 황제가 큰 상을 내려 송부인은 생선수프 가게까지 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텐샹루의 생선수프는 검은색 질그릇에 담겨 작은 화로에 올려진 채로 나와 먹는 내내 따뜻함을 유지한다. 부드러운 생선살과 사각거리는 완두콩, 버섯에 돼지고기햄도 잘게 썰어넣은 것이 특징인데 양이 꽤 되어서 벌써부터 배부른 느낌이다. 그다음은 오래 묵힌 화조주(고급 소흥주)에 익힌 랍스터. 신선한 랍스터는 맛이 없을 수 없으니 자세한 설명을 안해도 될 듯하다. 단백질과 지방을 너무 많이 먹었나 싶은 죄의식을 덜어주려는 듯 다진 냉이잎과 죽순을 전분을 넣어 걸죽히 끓인 음식이 나왔다. 

소금과 후추간을 해 바삭하게 튀긴 제철 생선이 나오고 마지막은 항주 요리의 대표격인 동파육이 흰쌀밥과 함께 등장. 서호의 물을 이용해 수로를 지었던 소동파 덕에 농사에 큰 도움을 받게 된 농부들이 돼지를 보내 고마움을 표현했단다. 미식가였던 소동파가 이 돼지고기를 자기만의 소스로 푹 익혀 요리한 후 사람들과 나누어 먹었는데 여기서 탄생한 음식이 바로 '동파육'이다. 비계와 살코기가 적당히 섞인 통삽겹살을 소흥주와 간장, 생강, 파, 설탕 약간으로 만든 특제 소스에 3시간 정도 익혀 만든다. 작은 합에 정말 돼지고기 한 덩어리만 들어 있다. 젓가락을 살짝 대도 고기가 부드럽게 갈라지는데, 속까지 간이 잘 배어 있고 국물도 그대로 마시고 싶을 정도로 맛있다. 이렇게 맛있을 줄 알았으면 앞 코스를 좀 조절하는 건데 마지막 요리다 보니 배가 너무 불러서 눈물 흘리며 고기를 남겼다. 서울 돌아가서 내내 아쉬워할 맛이다. 워낙 인기가 많아 이 동파육의 진공팩에 담아 팔기도 한다는데 하루 전 주문해야 한다고. 

과일로 입가심을 한 후 아몬드 밀크에 두부 푸딩 디저트로 마무리하고 나오니 여행의 끝.

부담스럽게 화려하거나 고급스럽지는 않고 친절하고 따뜻한 분위기다. 타이페이 시민들에게는 13년 동안 가장 맛있는 항주요리를 선보이는 곳으로 익숙하단다. 가격도 한국 고급 호텔의 중식 코스 요리에 비한다면 저렴한 편이다. 다양한 차를 곁들이는 메뉴도 있으니 중국 요리와 차의 조합을 즐겨볼 분들이라면 시도해도 좋을 듯. 

연말연시의 타이페이 여행을 마무리하기에 좋았던 길고 배부른 식사였다. 기다리고 있는 현실이 더 씁쓸하게 느껴질 정도로.

 41 Minchuan E. Rd., Sec. 2, Taipei (台北市民權東路2段41號B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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