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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유 May 10. 2017

나는 단지 너에게 더 사랑받고 싶을 뿐이야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는다는 건, 나에겐 아주 큰 의미란 말이야.






비포 선라이즈, 선셋, 미드나잇 모두 다 아주 좋아하는 영화이지만,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단연코 비포 선라이즈이다. 비엔나의 예쁜 풍경이나, 줄리 델피와 에단 호크의 젊고 예쁜 시절의 풋풋하고 설레는 장면도 좋지만, 쏟아내는 사랑에 대한 명대사들이 어마어마한 탓이다.


"But Loving someone, being loved means so much to me."
"하지만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는다는 건, 나에겐 아주 큰 의미란 말이야."


그중에서도 참 좋아하는 대사.

진지한 표정으로 조그맣게 저 한마디를 읊조리는 셀린느, 그런 그녀를 지극히 사랑스럽다는 듯 쳐다보는 제시.

아 너무 솔직하고 그래서 더 예쁘잖아!




연애를 할 때 우리는 각양각색의 이유로 다툼을 만들어낸다.

약속 시간에 늦어서, 연락을 제 때 하지 않아서, 주말에 만날 수 없어서 등등..

결국 수많은 사사로운 이유들이 있지만 그것들은 결국 한 마디로 집약된다.


더 사랑해주지 않아서.


약속 시간에 늦어서 = 우리의 만남을 소중히 여겨줬으면 좋겠어.

연락을 제 때 하지 않아서 = 나에게 좀 더 신경 써줬으면 좋겠어.

주말에 만날 수 없어서 = 나를 좀 더 많이 보고 싶어 했으면 좋겠어.


결국 다 한 가지 아우성인 것이다.


"나를 더 사랑해달란 말이야."


그러나 왠지 사랑받고 싶다고 말하기엔 낯 뜨겁고 괜스레 자존심이 상한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이유로 상대를 비난하고 독한 말을 쏟아내며, 상대에게 내가 바라는 "네가 나를 더 사랑했다면 네가 했음직한 행동"을 강요한다. 그냥 저 한 마디면 되는데 그 말을 직접 하지 못해서.


어린아이들은 사랑받고 싶음을 온몸으로 표현하곤 한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갖은 애교를 피우기도 하고, 엄마에게 와락 안기기도 하고, 본인에게 집중하지 않으면 온갖 꼬장을 부리기도 한다.


하지만 점차 어른이 되어가며 '사랑받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뭐랄까, 성숙하지 못한 것이라고 치부되는 것 같다. 사실 인간은 사랑 없이 행복하기 힘든 사회적 동물이고, 그래서 우리는 연애를 하고 그것도 모자라 언제 변할지 모르는 사랑을 영속히 붙잡아 두기 위해 무려 평생을 서로만을 바라볼 것을 법적으로 서약한다. 심지어 어떤 이들을 더 이상 사랑받지 못함을 비관하며 목숨을 던지기까지 하는 것이다. 아, 얼마나 나약한 존재란 말인가. 우리는 죽을 때까지 사랑이 필요한 인간일 뿐인 것이다.





물론 시도 때도 없이 사랑만 해달라고 소리치면 상대방도 적잖이 부담스럽겠지만, 가끔은 그냥 다른 잡소리는 집어치우고 솔직하게 말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냥 나는 너에게 더 사랑받고 싶을 뿐이라고. 바라는 건 그것뿐이라고."


그때 그런 그녀를 아무 말없이 그냥 꼭 안아줄 수 있는 남자라면,


아, 반하지 않을 수가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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