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과 찌질
퇴근 중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50분의 시간에 적당한 글을 써야 한다. 더 넘쳐도 안되고 더 디테일해도 좋지 않은.. 적당한 우울과 찌질함을 나열해 보려 한다. 잘 될지 모르겠다.
마음먹기에 따라 내 처지와 쓸모는 하늘과 땅끝 차이로 나뉜다. 안 그런 척하는 것은 공적인 자리에서만 하고
사적인 이 공간은 솔직하고 싶다. 나의 대나무숲이니까.
지하철역을 뺑돌아가는 길이 있다.
길이 이쁘기도 하지만, 걷고 싶은 날에는 일부러 돌아서 가기도 한다. 마침 오늘 점심을 누군가에게 얻어먹어서 점심값이 굳혔다. 뺑돌아가는 길의 끝자락에는 쿠키가 맛있는 카페가 있다. 굳힌 점심값으로 쿠키를 사야겠다 생각하고 출발했다. 그런데 갑자기 슬퍼졌다. 은행나무가 잎을 떨구고 앙상한 가지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 나무에 나를 빗대어 봐서 그런 걸까.. 코끝이 시큰거리면서 눈물이 고였다. 나는 우울한 기분이 들면 일부러 떨쳐버리지는 않는다. 우울의 끝까지 가보고 마는 성격이다. 오늘이 그날이었나 보다.
서글픈 마음으로 거리마다 앙상한 나무를 바라보며 걷다 보니 어느새 쿠키 파는 카페 앞이다. 나는 망설였다. 쿠키를 사 먹는 돈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쿠키를 살 생각으로 이 길로 왔는데 말이다. 누군가는 이런 나의 찌질함을 보고 그러겠지..
“더 열심히 일해서 쿠키를 사 먹으면 되지. 지금 그 돈을 아껴서 뭐 하려고..”
그런데 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일하지도 못했는데 무슨 자격으로 쿠키야..’ 쿠키도 하나 맘껏 사 먹지 못하는 나의 쓸모없음이 찌질하기 그지없었다. 그놈의 쿠키가 뭐라고.. 나를 이런 우울에 빠뜨리는 걸까.. 쿠키는 사실 아무 잘못도 없다. 우울하기로 작정한 내가 문제다. 나 스스로를 동정하다 보면 자기 연민으로 자라난다.
어디서부터 잘 못된 걸까.
우울함은 나의 쓸모와 가치에 의심을 드리운다. 쿠키 살 돈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으면서.. 에휴.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마음의 중심을 잡기가 쉽지 않다. 오늘은 고요하기는 글러먹었다.ㅠ.ㅠ
마음이 매우 시끄럽다. 사무실에서는 잘도 웃고 떠들었는데… 대조적인 지금의 나를 대면하니 사무실에서의 내 모습이 가식처럼 느껴져서 짜증이 났다.
그래도, 글로 쓰고 있으니.. 왠지 우울함을 배설하고 있는 것 같다. 아.. 근데 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어떡하지..? 난 또 왜 그게 걱정인 걸까. 아마 배설이라는 단어를 쓰니까 왠지 피해를 주는 기분이 들어서 인 것 같다.
주의!
조심히 잘 피해 가시길 바라요.
배설된 우울과 찌질함을 흙으로 잘 덮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