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 2.

쿠키대신 붕어빵

by 고요한관종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우울해했던 퇴근길. 몹쓸 쿠키 때문에 느꼈던 찌질함.


하지만 나에게는 위의 것들을 무력화 시키는 존재가 있다. 찌질함도 이 존재를 마주하기 전 무조건 청산해야 한다. 끝까지 가겠다는 우울도 중도 포기해야 한다.


마른세수로 생각을 급하게 전환한다. 입술을 옆으로 활짝 펼치며 웃는 모습을 연습한다. 이 위대한 존재를 곧 대면해야 하니까.



6살 나의 작은 친구.

우울함을 무력화시키는 강력한 존재.

하지만 나의 평화로움도 무력화시키는 존재.

나는 작은 친구를 보며 늘 하는 말이 있다. "너는 참 치명적이야" 극단적인 모순의 끝판왕이라고 해야 할까.

어쨌든 작은 친구 앞에서 마냥 우울할 수는 없지 않나. 적어도 엄마라면 말이다.


주문을 외운다. "괜찮아. 후..."

유치원에서 작은 친구를 데리고 손을 잡고 걸었다. 작은 친구는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판단할 틈도 없이 그냥 웃음이 터져 나왔다. 덩달아 목소리도 밝아지고 있었다.


작은 친구가 가진 능력은 실로 대단하다. 우울감에 쩔어있던 나에게 웃음을 선사하다니.. 두손 두발 들고 항복이다.


늘 가는 붕어빵 집이 있다. 집에서 불과 50m 남짓한 곳에 노부부가 운영하는 작은 식당이 있다. 할아버지는 식당 앞에서 계절 부업으로 붕어빵을 파신다. 평소에도 나는 작은 친구와 붕어빵 집을 자주 들린다. 슈붕(슈크림붕어빵)을 좋아하는 작은 친구를 위해, 그리고 팥붕(단팥붕어빵)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아이의 기억 속에 엄마와의 추억으로 반드시 자리잡을 만큼 루틴이 되었다. 오늘이 그 루틴을 실행하는 날!


작은 친구는 붕어빵을 사러 간다는 말에 신이 났다. 다른 곳보다 저렴하고 맛있는 할아버지네 붕어빵은 슈붕, 팥붕 구별 없이 2개 천 원이다. 8마리 붕어빵을 넉넉히 사서 집으로 걸어가는 동안 작은 친구는 슈붕을, 나는 팥붕을 먹었다. 마음이 따뜻해졌다. 4천 원의 소비로 나도 아이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했다.

오늘 굳혔던 점심값을 쿠키가 아닌 붕어빵으로 아낌없이 플랙스 하면서 나의 쓸모를 도로 찾아왔다. 찌질함 대신 의연함으로 역전될 수 있었던 것은 작은 친구 덕분이다.


이 아이의 옆에 있으면 나는 정말 쓸모가 많은 사람이 된다. 6살 작은 친구는 아무래도 손이 많이 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작은 친구가 나를 구원해 주는 쓸모가 되었다. 우울과 찌질함으로부터..


회복완료.

작가의 이전글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