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관찰일지 #2
올리브영에서 세일을 할 때 ‘두피 스케일링’과 ‘스칼프팩’ 세트를 사두었다. 빨간색, 회색 뚜껑으로 구분이 되는 똑같은 용기이다. 너무 어려운 이름을 가진 이 용품들은 두피를 깨끗이 씻고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역할을 한다. 기존 샴푸로 머리를 가볍게 씻어내고 스케일링을 한 다음, 팩을 두피에 도포해 2~3분 정도 마사지를 해주면 된다.
평소에는 린스나 트리트먼트도 잘 쓰지 않는데 지난 겨울에는 유난히 건조한 느낌이었다. 세일 기간에 마스크팩이나 사려고 하다가 배송비를 줄일 수 있겠다 싶어 두피팩을 고르고, 마침 세트로 같이 쓰는 제품이 있다고 해서 스케일링 제품도 함께 샀다.
그런데 문제는 머리를 감고 씻어내는 것을 세 번이나 반복하는 것에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평소에는 샴푸만 하고 이 제품들을 일주일에 1~2번 정도만 써주면 되는데 그것마저 귀찮았다.
아침에 욕실에 들어갔다가 두피케어 3단계를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미지근한 물로 샴푸를 한 번 하고 빨간 뚜껑을 열어 두피 안쪽으로 제품이 들어가도록 신중하게 용기를 눌렀다.
스케일링이라 알갱이들이 함께 나오는데 너무 많은 양을 짜거나 세게 마사지를 하면 두피에 무리가 간다. 적당량을 짜서 샴푸를 하면 바닐라향 같은 것이 은은하게 난다. 기분이 조금 개운해진다.
깨끗하게 씻어내고 이번에는 회색 뚜껑을 열어서 두피 쪽으로 팩을 짜낸다. 스케일링 제품보다는 조금 더 많은 양을 짜도 된다. 물에 젖은 머리카락이 조금 더 묵직해지는 느낌이 들면 손으로 조물조물 두피를 마사지한다. 적당히 한 것 같으면 다시 미지근한 물로 씻어낸다.
3단계까지 마치고 나면 목욕탕에 간 것처럼 손이 약간 쭈글쭈글해진다. 그래도 머리카락이 이전보다 가벼워진 느낌이 들면서 양치를 한 것처럼(?) 시원한 느낌이 남는다. 에센스를 바르고 머리를 말리면 다시 달콤한 바닐라향이 난다.
머리를 말리고 손톱도 잘랐다. 머리카락과 손톱을 모아서 버리고 방청소도 했다.
오늘도 나가보자!
번외 1)
회사를 다닐 때는 겨울마다 출장이 있었는데 가기 전 항상 머리를 하고 갔다. 반곱슬이 심해서 6개월에 한 번은 뿌리 매직을 하면 좋다는 선생님 말씀을 잘 들었다. 사실 머리를 하면서 장기출장을 잘 마치고 돌아와야지 하는 의지를 다진 것도 있다. 매직도 하고 염색도 하고 사무실에 출근하면 “너무 잘 어울린다, 예쁘다” 얘기를 듣는 것도 좋았다.
출장지에서 아침마다 바쁘게 출근하느라 머리도 제대로 안 말리고 나가곤 했는데 얼마 전 사진을 보다가 지금보다 머릿결이 훨씬 좋아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머리숱도 많아 보이고 쭉쭉 뻗은 머리칼이 지금의 부스스한 상태와는 비교된다. 거북목과 굽은 어깨는 저때도 여전했구나. 머리 하러 갈 때가 왔나 보다.
번외 2)
출장 중에 한국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 인턴 친구에게서 카톡이 왔다. 비어있는 내 자리의 컴퓨터를 써도 되냐기에 편하게 앉으라고 했다.
3주간의 출장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모니터에 메모가 하나 떠 있었다. 너무 귀여워서 찍어둔 사진인데 머리카락 사진을 찾다가 다시 보게 되었다. 다시 봐도 너무 귀엽다.
내 자리가 정말 명당이었다. 창문 바로 옆의 제일 구석 자리. 다들 탐냈던 자리인데 퇴사할 때쯤에는 자리를 옮겨야 해서 상사가 내 모니터를 바로 볼 수 있는 자리로 바뀌었다. 퇴사 직전까지도 구석 자리가 그립긴 했다.
(+) 번외에 대한 아이디어와 영감을 주신 담녕님께 감사와 존경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