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관찰일지 #9
달리기를 해보고 싶었다. 걷기와 등산은 자주 하는데 달리기는 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았다. 글쓰기 모임에서 러닝의 즐거움을 공유해주시는 분들이 종종 있었다. 그때마다 매번 해보고 싶었는데 진입 장벽이 느껴졌다.
우선 코스를 정하는 것. 몇 분간 몇 km를 달려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어디에서 얼마나 달려야 하는지, 운동장이 아닌 공간에서 달리면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 등등. 호흡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고, 착지하는 발의 위치는 어때야 하고, 몇 분간 걷고 몇 분간 달리는 것이 좋다 등 러닝에 관한 여러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정리가 되지 않아 포기했다.
최근 언더아머로 이직한 친구가 달리기를 시작했다고 했다. 다시 달리기에 구미가 당겨 러닝화를 추천받았다. 친구가 추천해준 제품은 쿠션으로 유명한 호버HOVR 라인. 검색해보니 쿠션이 많이 들어간 신발이라 러닝이 익숙하지 않은 초심자들이 많이 신는다고 했다. 쿠션이 넉넉하게 들어가 있어 몸에 무리가 덜하니, 자세를 배우고 좋은 코스를 찾을 때까지 달리기와 친해지는데 충분한 시간을 가져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더아머 운동화의 또 다른 기능은 블루투스 연동. 언더아머의 러닝 앱인 ‘맵마이런’을 켜 두면 운동할 때마다 자동으로 연동된다. 보폭과 지면 접촉 시간, 착지 각도, 발이 땅에 닿는 횟수 등을 알려준다.
이러한 수치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감이 잡히지 않았다. 운동화를 신고 앱을 실행하면 오른쪽 상단 조그만 운동화 아이콘에 빨간 동그라미가 활성화되며 돌아간다. 내 운동화와 연결되며 블루투스가 작동한다.
운동을 하기 위해 장비를 샀다기보다는 장비가 생기니 운동이 하고 싶어졌다. ‘러닝할 때는 무슨 옷을 입어야 하지?’까지도 고민이었지만, 우선 필라테스를 할 때 입는 레깅스와 운동복, 경량 패딩, 목이 긴 양말을 신고 밖으로 나갔다.
코스는 모르겠고 일단 동네 한 바퀴를 냅다 뛰어보기로. 출근 시간이 지나 거리에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보도를 골라 달렸다. 20분간 2km를 뛴다는 친구의 조언을 따라 2km만 뛰어보기로.
앱에서는 초심자에게 알맞은 보폭을 정해준다. 저울의 계기침처럼 초보자가 시도해보면 좋을 보폭의 범위가 시각적으로 표시된다. 범위 내에 나의 보폭이 위치해 있을 때 초록불이 뜬다. 평균보다 모자라거나 넘어서면 앱에서 보폭 조정을 위한 안내 음성이 흘러나온다. “팔 위치를 조금 더 높이 흔들어 보세요. 걸음수가 목표 범위보다 많습니다.”
첫 번째 난관은 마스크. 10분도 채 뛰지 않은 것 같은데 너무 답답하고 숨이 찼다. 평지길이라 생각했는데 중반쯤 넘어가니 꽤나 경사가 있는 오르막이 나왔다. 늘 걷는 길인데 달려보니 체감하는 경사가 훨씬 크게 느껴졌다.
마침 앱에서 1km를 달렸다는 안내와 함께, 평균 보폭과 발이 땅에 닿는 횟수, 분당 달린 거리를 알려주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일시 정지를 누르고 좀 걸었다. 내리막이 끝날 때까지 숨을 고르고 다시 천천히 뛰었다.
공원에 도착해 남은 1km를 마저 달리고 나니 목이 너무 아팠다. 피맛이 나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불편한 느낌이었다. 앱에서 운동 종료 버튼을 누르자 각종 수치들이 정리되어 스크롤이 한참 내려갔다. 코칭 힌트라는 것이 정리되어 나왔다. 무릎이 조금 아팠는데 보폭이 너무 크면 통증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초심자의 경우 보폭이 큰 경향이 있어 작은 보폭으로 달리는 연습을 하라는 조언이 있었다.
다음 러닝을 위한 두 가지 힌트를 얻었다.
첫 번째는 보폭을 줄이고 대화가 가능한 정도의 페이스를 찾을 것. 내가 달릴 수 있는 범위보다 큰 보폭으로 빠르게 달렸던 것 같다. 두 번째는 몸을 똑바로 세우고 발이 몸 아래에 착지하도록 자세를 잡는 것. 필라테스를 할 때도 거북목과 굽은 상체를 자주 지적받는다. 달리기를 할 때도 바른 자세를 신경 써야겠다. 냅다 달려보니 두 가지 목표에 대한 감이 잡혔다.
걷기나 등산과는 다르게 짧은 시간을 운동하고도 몸에 열이 오르며 땀이 나는 기분이 좋았다. 20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앱에서 1km마다 운동 상태를 요약해주고 운동이 끝나면 피드백도 받아볼 수 있어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일단 달려보니 다음 러닝에 대한 감이 조금 잡혔다. 달린 결과를 요약한 사진을 앱에서 내려받았다. 운동에 대한 간단한 메모도 남겼다.
외국에서 일을 하느라 얼굴을 자주 보지 못하는 친구에게 사진을 전송했다. 종종 서로의 달리기 자료를 공유하며 안부를 물어야겠다.
(+) 30분간 5km를 달리는 챌린지와 코칭 프로그램이 많은 것 같다. 주말에는 집에서 조금 멀지만 러닝 코스로 유명한 곳에서 5km를 달려봐야겠다.
언더아머 맵마이런 https://www.mapmyrun.com/
나이키 런클럽 https://www.nike.com/kr/ko_kr/c/nike-plus/running-app-gps
런데이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hanbit.rundayf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