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는 곧 공포의 범주에 속하기 마련이다. 알지 못하는 것, 파악할 수 없는 것, 인식 영역의 밖에 존재하는 것은 눈 먼 우리에게 어떤 식으로 다가올지 모른다는 공포를 자아내기 충분하다. 어둠이라는 관념이 곧잘 공포와 연관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에 대한 인간의 반응은 자못 흥미롭다. 미지의 영역을 인식 범위 내에서 어떻게든 재구성해내어 가상의 지식을 만들어 내곤 이윽고 안전함을 느끼는 것 말이다. 말을 좀 복잡하게 해서 그렇지 간단한 이야기다. 밤마다 떠오르는 달덩이의 정체를 알리 없던 옛 사람들이 토끼가 절구를 친다느니 하는 동화적 상상력을 빌려와 안전감을 확인했던 것이 적절한 예다. 어쨌든 인간으로선 파악할 수 없는 것들이 때때로 인간에게 공포가 되어 돌아온다는 사실은 자명해 보인다.
한편으론, 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주는 공포도 존재한다. 알지 못했다면 공포를 느끼지도 않았을 것들 말이다. 가령 담배가 인체에 끼치는 해로움이라던가, 우리의 얼굴 속에 무수히 많은 벌레가 살지도 모른다는 사실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래도 이해가 안 간다면, 오늘 아침 베어 문 사과 한 조각을 현미경으로 관찰한다면 수없이 발견될 세균들을 생각해도 좋다. 아무튼 모르면 맘편했을 수많은 사실들도 존재한다.
오늘날 달이 갖는 이미지는 어떠한가. 무지의 공포는 단 한 장의 위성 사진만으로도 쉬이 벗어날 수 있으니 논할 것도 없고, 그렇다고 딱히 달의 실물이나 천체물리학적 지식이 공포로 다가올리도 만무하다.
친구는 달이 꼭 자신과 같다고 이야기했다. 멀리서 보면 밝지만 가까이서 보면 상처 투성이인 점이 말이다. 새삼 대상이 지닌 과학적 속성은 인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얼마든 새로이 재구성될 수 있음이 흥미로웠다. 문득 밖에서 본 달식당의 모습이 유난히 밝아 보였다. 방금 전까지 저곳에서 친구와 나눈 각자의 상처가 떠올라서였을까.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재미있으셨다면, 심심하실 때 유튜브도 가끔 놀러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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