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로 스며든 김춘수의 꽃

by 혜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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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타를 먹다 무심결에 흘긴 눈에 걸린 창가의 모습이 제법 예뻤다. 거의 닫힌 블라인드 밑 틈새로 능숙하게 침투한 외부의 빛이 따갑게도 창가 위 장식들을 내리쬐는 모습이 말이다. 아주 유명한 시 한 구절이 떠오른다.


'네가 나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나는 너에게로 가서 꽃이 되었다."


시에 등장하는 사람은 크게 두 명이다. '나'와 '너', 즉 '자기'와 '타자'다. 이때 '너'는 이름을 일러주는 호명 행위로써 '나'로 하여금 꽃이 될 기회를 갖게 한다. '나'를 꽃피우게 할 수 있는 존재가 '너'인 것이다.


이 시가 아름다운 이유는 사랑이 우리에게 허락하는 놀라운 선물 중 하나인 '가능 세계'를 음미하게 한다는 데 있다. 본래 철학적 용어지만, 구태여 어렵게 이해할 필요는 없다. 그저 특정한 존재에서 발생 가능한 세계를 총칭한다고만 이해하자. 쉽게 말해, 사랑은 '그 사람이 아니었다면 경험하지 못했을 세상'을 우리에게 선사하지 않는가. 가령 TV에서나 보던 공주님으로 만들어주거나, 혹은 세상에 둘도 없을 질투 대마왕으로 만드는 둥 말이다.


창가에 녹아든 빛이 꼭 시 속의 '너'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빛이 아니었다면 눈길 하나 주지 않았을 범연하기 짝이 없는 장식이 저리도 창연한 광색을 뽐내니 말이다.


사랑에 빠진 두 남녀의 밀어를 엿들어봐라. 아마도 서로에게 꽃이 되기만을 열망하는 두 남녀의 바람을 목도할 것이다. 하지만 사랑의 진정한 물음은 '내'가 꽃이 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아니라, 꽃으로 만들어줄 '너'가 될 준비는 됐느냐는 것이 아닐까.


사랑 받기보다 사랑하는 데에 진정한 사랑의 행복이 기원함을 깨닫기가 참 힘들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재밌게 읽으셨다면, 심심하실 적에 제 유튜브도 한 번 놀러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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