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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윰 Aug 07. 2020

공간이 허락되야 체험이 시작된다

일기, 혹은 낙서


가게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내리자마자 바로 앞에 주차되어 있던 차량의 차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주차장이 비좁았던 지라 이미 주차된 차의 뒷자리 밖에 공간이 없었던 탓이다. 잠시 후 전화를 받은 차주에게 사정을 설명하며 '혹시 차를 몇 시 쯤 빼실 것 같냐'고 여쭤봤다. 다행히도 늦게 빼실 거니 안심하라고 흔쾌히 말씀하신다. 덕분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식당에 들어설 수 있었다.



미국 여행할 때 느꼈던 것 중 하나는 그곳에 살면 주차실력이 늘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땅덩어리가 넓은 탓인지 주차라인이 정말 널찍했다. 이제막 운전면허를 딴 사람도 미국에선 베스트 주차 요원이 되리라 확신한다. 혹 인구밀도가 높은 시가지는 사정이 다른가 하면 또 그렇지도 않다. 시골이든 도심이든 주차 문제로 속썩은 기억은 한 달 내내 한 번도 없었다.



공간이라는 게 참 묘하다. 실체가 존재하는 물리적 세계, 그니까 눈에 보이는 물질로서 존재하고 상호 소통하는 이 현실세계의 활동을 가능케 하는 건 누가 뭐래도 공간이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 공간을 통해서야 우리의 활동이 확인된다고 할까. 동양 철학에서 말하길 세계와 정신의 교차점이 육체라고 하지 않는가. 즉 우리의 정신이 이 세계에서 자기만의 나래를 펼칠 수 있음은 육체라는 실체가 일정 부분 공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간이 허락되어야 만지고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공간이 허락되야 체험이 시작된다. 주차장에 자리가 빈 덕에 마라탕을 먹을 수 있었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재미있으셨다면, 심심하실 때 유튜브도 가끔 놀러와주세요^^

https://www.youtube.com/channel/UCT6CEgi8KQN2MCIvCLMl-b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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