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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윰 Aug 16. 2020

고기가 익으면 색깔이 변하는 이유


새빨간 생고기는 굶주린 자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할 만큼 강렬하다. 그런데 뜨거운 불판 위에 올라가면 종전의 강렬함은 온데간데 잃고 왜 금방 거뭇거뭇 색깔이 변하는 걸까? 그 이유는 고기 조직에 포함된 미오글로빈 때문이다. 가열 과정에서 미오글로빈이 산화되며 고기의 육색깔이 변하는 거다. 이는 녹슨 철의 색깔이 거무스름한 걸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녹이 슨다는 과정 자체가 산화하는 것이며, 색깔 변화는 산화 과정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물론 이는 피상적인 지식이다. 위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오글로빈의 산화 전 분자 구조와 산화 후 분자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고, 또 산화 과정에서 색깔 변화가 발생하는 매커니즘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그러나 과학에 적이 없는 사람에게 요구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고기 색깔 변하는 이유 하나 이해하고 싶다고 화학반응을 깊이 공부하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이 밖에도 비슷한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가령 하늘이 파란 이유는 뭔가? 태양빛이 공기 중의 먼지에 산란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산란된 빛은 파란색을 띄는가? 물론 이 경우는 광학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만 있으면 충분히 이해 가능한 정보지만 역시나 일반인에겐 과하다고 생각한다. 일반인은 그저 태양광이 먼지에 산란되서 하늘이 파라다는 것만 알아도 충분하지 않을까.



현상계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은 제법 열심히 공부한 학석사라 해도 어림없다. 한 현상의 근본원인이라고 우리가 알고 있는 것도 실은 더욱 심층으로부터 흘러나온 피상일지 모르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시안적 통찰로 발견한 피상을 진실로 여기고 세상에 강요하는 이들의 어리석음이 다소 걱정이다. 솔직히 말하면 불쾌할 지경이다. 특히 유튜버 플랫폼을 타고 점차 확대되는 정치 발언 유튜버들이 그렇다. 특정 세대의 단톡방으로 바이러스처럼 퍼지는 가짜 뉴스 보도 세력들이 그렇다. 적어도 후자는 가짜라는 걸 안다는 점에서 사악함에 그치지만, 전자는 가짜를 진실로 믿으니 안타깝기 그지 없다.



피상일 뿐, 껍데기일 뿐. 진리는 없다. 해석일 뿐. 그러니 자만하지 말자. 선동하지 말자.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재미있으셨다면, 심심하실 때 유튜브도 가끔 놀러와주세요^^

https://www.youtube.com/channel/UCT6CEgi8KQN2MCIvCLMl-b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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