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로 읽는 논리학개론
동영상 강의 : https://www.youtube.com/watch?v=pmuFylAMS8A
서양 문명의 큰 원류라 할 수 있는 성경에는 다음의 구절이 등장합니다.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요 1:1).” 이를 간단히 해석하면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 태초, 즉 ‘무’의 세계 속에 오로지 말씀만이 존재했다는 이야기이죠. 따라서 말씀은 ‘없음의 세계’ 속에 유일한 ‘있음’이었으며 다시 말해 그 이후의 모든 ‘있음’들은 오직 말씀으로부터 흘러나온 것이라 해석할 수 있습니다. 즉 ‘말씀’이란 모든 만물의 원인이며, 원리이자, 근본이라 할 수 있는 거죠. 여기서 말씀이라는 단어는 ‘로고스’라는 고대 그리스어를 번역한 것입니다.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로고스란 언어, 진리, 이성, 논리, 법칙 등을 포괄적으로 함축하는 개념이었죠. 로고스의 의미를 쉽게 이해하고자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예컨대 우리 앞에 컵이 하나 놓여 있습니다. 과연 이 컵은 태초부터 존재했던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아주 먼 과거에 컵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다만 인간이 물이나 음료 따위를 편히 마시기 위한 목적으로 컵을 만들어낸 거죠. 즉 컵은 일련의 목적들이 결합된 최종 결과물이라 할 수 있으며, 이처럼 하나의 존재를 구성하는 질서와 원리를 일컬어 로고스라 부르는 것입니다.1) 이러한 배경 속에서 우리는 논리학의 의미를 더욱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논리를 뜻하는 영어 단어 ‘logic’의 어원이 바로 이 로고스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논리는 단순히 글이나 연설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적용 가능합니다. 예컨대 컵은 ‘물이나 음료 등을 따르기 위해 사용한다’라는 컵의 논리를 가지며, 또한 칼은 음식이나 물건을 베거나 썰기 위한 것이라는 칼의 논리를 가집니다. 만약 이를 어기고 사람을 헤치기 위해 칼을 사용한다면 이는 칼의 논리를 헤치는 것이며, 칼의 로고스를 파괴하는 것이라 할 수 있죠. 이처럼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자기만의 논리를 가지기 마련이며, 논리학이란 그들이 본연의 논리에 어긋나지 않는지를 분석하는 학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물론 사람의 언어에도 고스란히 적용됩니다. 사람의 주장 속에는 주장을 구성하는 올바른 원리가 들어 있어야 하며 만약 그렇지 않은 주장은 언어의 논리를 어기는 것이라 할 수 있죠. 즉 논리학이란 주어진 대상을 면밀히 분석하여 그것이 올바른 논리를 갖추고 있는지, 즉 적절한 로고스를 갖추고 있는지 평가하는 학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논리학을 공부하는 목적은 무엇일까요?
시중에 나와 있는 수많은 논리학 개론서들을 보면 ‘논리’와 ‘비판적 사고’라는 단어는 마치 단짝처럼 붙어 다니곤 합니다. 그 이유는 논리학을 학습하는 이유가 바로 ‘비판적 사고’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비판적 사고란 무엇일까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고란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보아야 합니다. 사고란 쉽게 말해 ‘외적 세계를 내재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컨대 한 사람이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하늘이 파랗다’라고 말한다면 그는 ‘하늘’이라는 외적 세계를 감각하여 ‘파랗다’라는 내재적 표현을 완성한 거죠.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외적 세계에 대한 우리의 내적 판단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입니다. 가령 누군가는 오늘날 세계 경제가 안정적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고, 반대로 누군가는 세계 경제가 좋지 않다고 판단할 수도 있죠. 이처럼 두 주장이 충돌할 때 우리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하며 바로 이때 필요한 것이 비판적 사고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비판적 사고란 타인의 사고가 과연 적절한 것인지 아닌지, 혹은 올바른 로고스를 간직한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죠. 즉 비판적 사고란 타인의 주장을 비판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믿을지 결정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으며, 또한 논리학이란 비판적 사고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데 도움을 주는 학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논의한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이상으로 논리학이란 무엇인지에 대하여 ‘로고스’라는 개념을 토대로 살펴보았습니다. 다만 이러한 정의는 다소 원론적이고 추상적인 정의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다음 포스팅에서는 명제와 논증이라는 개념을 통해 논리학의 보다 실전적인 정의를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 영상에서 로고스를 쉽게—혹은 거칠게—설명하기 위해 예시로 든 것처럼 컵은 인간의 목적 아래 의도적으로 창조된 것이며, 이때 컵을 존재하도록 돕는 일련의 목적, 원리 등이 컵의 로고스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다음의 반문이 가능합니다. ‘인간이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만든 것이 아니라 사과나 돌처럼 자연발생적으로 존재하는 것들은 로고스가 없는가?’ 이에 대한 답변은 로고스의 항목으로 질료적 관점을 추가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컵의 재료가 무엇이냐, 공정과정이 무엇이냐 하는 내용들 역시 컵의 로고스를 이룬다는 이야기이죠. 이러한 관점에서 다시 질문으로 돌아간다면, 사과나 돌처럼 인간이 만들지 않은 것 역시 광합성이나 풍화 작용 등 그 나름의 존재 원리를 갖기 마련입니다. 쉽게 말하면,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존재 원리를 가지며, 또한 존재 원리를 갖지 않은 상태로 존재할 수는 없습니다.
2) 존재의 존재 원리가 로고스라는 말에서 눈치 채셨을지도 모르겠지만, 논리학이란 다소 형식적인 학문입니다. 엄정한 기준과 형식이 있다는 말입니다. 예컨대 컵은 물이나 음료 따위를 따르기 위한 것인데 만약 이를 어긴다면 컵의 논리를 위반하는 것이라 할 수 있죠. 즉 논리학은 로고스를 어겼느냐 안 어겼느냐를 매우 까다롭게 판단하는 학문인 셈이죠(학자들은 ‘형식적 방법론’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와 반대로 (특히 현대)예술은 로고스를 어기는 방향으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대량 생산된 변기에 사인하여 ‘샘’이라고 이름 붙여 발표하는 예술가, 뒤샹을 예로 들 수 있죠.
3) 참고로 갖가지 학문들의 영어 단어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logy’라는 접미사도 로고스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각 분야의 로고스를 분석하여 정리한 것이 모여 학문을 이룬다는 의미입니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재미있으셨다면, 심심하실 때 유튜브도 가끔 놀러와주세요^^
https://www.youtube.com/channel/UCT6CEgi8KQN2MCIvCLMl-b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