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윰 Jan 11. 2020

1-2. 명제와 논증, 자비의 법칙

재미로 읽는 논리학개론

동영상 강의 : https://www.youtube.com/watch?v=O2Iqg1N8Dx4







논리학의 핵심 목표는 비판적 사고입니다. 비판적 사고란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주장들 속에서 어떤 주장이 옳은 것인지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가리키죠. 예컨대 A라는 사람은 생명의 존귀함을 근거로 낙태에 반대할 수도 있고, 또 B라는 사람은 여성의 자율권을 근거로 낙태를 찬성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둘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면 이때 우리에게 필요한 능력은 무엇일까요? 바로 비판적 사고입니다. 즉 A와 B의 주장을 면밀히 분석하여 혹시 그들의 주장에 오류가 있지는 않는지, 과연 그들의 주장이 타당한 지를 평가해내야 하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비판적 사고란 우리가 ‘어떤 주장을 믿을 것인지 선택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논리학에서는 이러한 주장들을 가리켜 ‘논증’이라고 부릅니다. 그렇다면 논증이란 무엇인지, 또한 논증은 어떠한 형식을 갖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명제란?


논증이란 쉽게 말해 명제들의 집합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시 명제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 남겠죠. 이를 이해하기 위해 다음의 예시를 살펴보겠습니다.




이 중 우리가 문장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일까요? 참고로 문장의 사전적 정의는 ‘하나 이상의 단어가 문법적으로 아무 이상 없이 연결된 최소의 의미(내용) 단위’입니다. 따라서 문법적으로 결함이 있는 (a)만 제외하고 모두 문장에 해당하죠. 하지만 문장이라고 해서 다 같은 문장이 아닙니다. 논리학에서 관심을 갖는 문장은 참/거짓이 명확하게 판별 가능한 문장이죠. 따라서 각 문장들의 참/거짓을 판별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다만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무엇이 참이고 거짓이냐 하는 점이 아닙니다. 중요한 건 참/거짓 판별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그 여부이죠. 자명하게도 b 문장은 참이고 e 문장은 거짓이므로 b와 e는 참/거짓이 판별 가능한 문장입니다. 이에 반해 c 문장은 특정한 내용을 단정적으로 진술하는 것이 아니므로 참/거짓을 판별할 수 없으며, 또한 d 문장은 ‘이것’이 가리키는 바가 무엇인지 명시하지 않았으므로 참/거짓을 판별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각 문장들은 참/거짓 판별이 가능한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이때 참/거짓 판별이 가능한 것들을 가리켜 명제라고 하며, 명제의 집합을 논증이라 합니다.







2. 논증이란?


앞서 말했듯 논증이란 명제들의 집합입니다. 또한 논증을 구성하는 명제들은 전제와 결론으로 구별되죠. 예컨대 다음의 예시를 살펴보겠습니다.




문장 a, b, c를 살펴보면 전부 참/거짓이 판별 가능하므로 세 문장 모두 명제임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세 명제의 집합이므로 이들은 하나의 논증이라 불릴 수 있죠. 그런데 명제들의 관계를 살펴보면 a명제와 b명제가 c명제를 뒷받침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a명제와 b명제로부터 c명제를 추론할 수 있다는 사실이죠.



이처럼 다른 명제들에 의해 뒷받침되거나, 혹은 다른 명제들로부터 추론 가능한 명제를 논증의 결론이라 하며, 반대로 결론을 뒷받침하고 지지하는 명제를 가리켜 전제라 합니다. 즉 논증이란 전제와 결론으로 구성된 명제들의 집합이라 할 수 있죠. 논리학을 공부하는 학습자들에게 필요한 덕목은 논증에 숨어 있는 전제와 결론을 빠르게 구별하는 것입니다. 간편한 방법 중 하나는 명제에 포함되어 있는 지시어에 주목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전제에 해당하는 명제들은 주로 ‘왜냐하면’, ‘~때문에’, ‘그 이유는’ 등등의 전제 지시어를 포함하며, 결론에 해당하는 명제들은 ‘그러므로’, ‘따라서’, ‘~이므로’ 등등의 결론 지시어를 포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엔 조금 다른 예시를 살펴보겠습니다.





주어진 논증이 보다 완벽한 구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초식 동물은 육식을 하지 않는다’라는 b 명제를 포함해야 합니다. 그러나 논리학에서는 해당 전제가 누구나 알 법한 통념인 경우 예외적으로 생략을 허용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논증을 해석하는 사람은 비록 b가 생략되어 있더라도 생략된 전제를 살려 읽을 줄 알아야 하겠죠. 이를 논리학 용어로 ‘자비의 법칙(the Principle of Charity)’이라 부릅니다. 쉽게 말해 청자가 발언자에게 자비를 베푼다는 뜻으로, 즉 청자는 발언자의 논증이 다소 미흡하더라도 이를 다시 매끄러운 논증으로 재구성하는 배려를 베풀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럼 지금까지 논의한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이를 토대로 논리학의 의미를 다시 정리하면, 논리학이란 논증의 내용과 형식을 분석하여 좋은 논증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는 학문이라 할 수 있죠. 그렇다면 논증의 종류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요? 다음 포스팅에서는 논증의 대표적인 두 종류, 연역과 귀납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명제와 논증’ 단원과 관련하여 받았던 질문 중 주요한 것들을 간추렸습니다.


1) 문장의 정의


영상에서 문장의 정의에 대하여 ‘하나 이상의 단어가~최소의 의미 단위이다’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강아지’라는 말도 ‘하나 이상의 단어’이므로 문장인 걸까요?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실 다음의 조건을 추가해야 합니다.


문장 내 단어가 하나일 경우 그것은 ‘서술어’여야 한다.


예시로 ‘착하다’라는 문장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주어가 명확하게 예측 가능한 맥락을 가진 대화속에서 ‘착하다’라는 말은 분명한 내용을 가지며, 또한 언어의 의미적 기능을 충실히 수행합니다. 따라서 술어는 문장의 핵심 요소이며, 술어 하나만 존재하더라도 문장으로 성립 가능합니다.


2) 지시어


지시어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몇몇 학생들은 논증이 아닌 것을 논증으로 혼동하기도 합니다. 예컨대 다음의 예시를 보겠습니다.


현대인은 대체로 장수한다. 왜냐하면 건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예전보다 높기 때문이다.


위 문장에서 지시어를 찾으면 ‘왜냐하면~때문이다’가 바로 보이실 겁니다. 이는 영상에서 살펴봤듯 대표적인 전제 지시어였죠. 하지만 위 문장은 논증이 아닙니다. 논증이 성립하기 위해선 일단 전제와 결론이 존재해야 하하고, 또한 그 둘은 서로가 서로를 뒷받침하고 뒷받침되는 관계여야 하며, 이때 결론은 전제로부터 추론되는 믿음의 대상이어야 합니다. 주어진 예시에서 ‘현대인은 장수한다’라는 하나의 현상적인 결과로서 기술된 것이며, 또한 ‘왜냐하면~’ 이후의 문장은 앞서 언급한 결과의 원인으로서 기술된 것입니다. 즉 주어진 예시는 논증이 아니라 인과적 설명인 것입니다. 이는 논리학을 처음 공부하는 분들에겐 매우 비슷한 개념처럼 느껴져서 적잖은 당혹감을 주는 대목이 아닐 겁니다. 그럼 더 쉬운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a. 철수는 지금 배가 부를 거야. 왜냐하면 피자 한 판을 혼자 다 먹었거든.

b. 철수는 지금 배가 부를 거야. 왜냐하면 철수는 혼자 뷔페를 다녀왔거든.


두 문장을 섬세히 독해하시면 그 뉘앙스 차이가 잘 느껴지실 겁니다. a는 인과적인 설명이고, b는 논증입니다. (참고로 b는 ‘뷔페를 다녀오면 배가 부르다’ 라는 전제가 생략된 논증입니다.)


3) 명제의 정의


명제의 정의에 관한 이야기를 오프더레고드로 하나 남겨보려 합니다. 영상에서 밝혔듯 명제의 정의란 ‘참/거짓을 명확하게 판별할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그러한 명제들의 집합을 논증이라 하죠. 그렇다면 이를 염두에 두고 다음의 논증을 살펴보겠습니다.


전제1. 철수는 영희를 싫어한다.

전제2.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지 않는다.

결론. 철수는 영희와 결혼을 하지 않을 것이다.


주어진 논증은 매우 타당하고 합리적인 추론으로 보여집니다. 다만 생각해볼 점은 ‘철수는 영희를 싫어한다’라는 것이 명제가 될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영상에서 설명한 명제의 정의에 따르면 전제1을 명제라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싫어한다’라는 감정은 정량적으로 평가될 수 있는 객관적 사태가 아니기 때문이죠. 이러한 이유로 고등학교 수학교과서에서는 ‘철수가 잘 생겼다’, ‘철수는 착하다’ 등등 주관적 평가가 개입되는 요소들을 모두 명제가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어진 예시는 분명 타당한 논증의 형식으로 인정 받고 있으며, 우리의 일상 뿐만 아니라 실전 논리학에서도 수없이 등장하는 논증입니다. 이처럼 명제의 이론과 실제 사이에 발생하는 간극을 우리는 어떻게 메워야 할까요? 이를 해결하는 간편한 방법은 명제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차별적으로 정의하는 것입니다.


협의로서의 명제 : 참/거짓을 명확하게 판별할 수 있는 객관적 진술로서의 문장

광의로서의 명제 : 명확하게 판별 가능하지는 않지만 참/거짓을 명백히 함축하는 진술로서의 문장


협의로서의 명제란 영상에서 소개했던 정의와 같고요, 광의로서의 명제란 참/거짓이 존재하긴 하되 다만 판별이 어려운 것들을 가리킵니다. 예컨대 ‘영희는 착하다’, ‘재즈는 아름다운 음악이다’ 등등 말이죠. 물론 이러한 명제들은 명제에 대한 전통적 정의로 볼 때 명제에 포함되지 않는 것들입니다. 하지만 실용 논리학엔 주관적 사태의 명제들이 수없이 등장하므로 명제의 의미를 두 갈래로 나눠서 기억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시험에서 명제를 고르라 할 땐 협의로서의 명제입니다^^).


혹시나 궁금하실 분들을 위해 위 내용에 대한 배경을 간단히 언급할까 합니다. 논리학을 아주 크게 구분하면 형식 논리학과 비형식 논리학으로 나뉠 수 있습니다. 형식 논리학이란 그 단어에서부터 느껴지듯 논증의 형식을 분석하고 탐구하는 매우 수학적이고 규칙적인 학문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명제의 전통적 정의(수학적 정의이기도 합니다)가 형식논리학에 뿌리를 박고 있죠. 반면 비형식 논리학은 형식 논리학에서 형성된 개념을 토대로 좀 더 실용적인 논증, 생활 언어적인 논증, 철학적인 논증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예컨대 아름다움/정의/행복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논증들 말이죠. 이처럼 가치를 논증하다보니 아무래도 비형식 논리학에서의 명제들은 참/거짓 판별이 불가한 것들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협의로서의 명제는 형식 논리학적 명제로, 광의로서의 명제는 비형식 논리학적 명제로 이해하셔도 크게 무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실 논리학이라는 것은 명제들의 참/거짓에 관심이 없기도 합니다. 명제의 참/거짓은 사회과학/자연과학자 등이 연구하여 밝힐 몫이고, 논리학자들의 몫은 명제와 명제 간의 관계를 연구하는 것입니다. 가령 이것을 참이라하면 저것이 추론될 수 있는지, 하는 식으로 말이죠.)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재미있으셨다면, 심심하실 때 유튜브도 가끔 놀러와주세요^^

https://www.youtube.com/channel/UCT6CEgi8KQN2MCIvCLMl-bQ





작가의 이전글 1-1. 논리학이란 무엇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