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합에 관하여-
궁합은 '집 궁'과 '합할 합'이 더해진 한자어로, 그 어원에 대한 설 중 하나는 오래 전 임금과 신하들이 궐(궁) 안에 모여(합) 이야기를 나누던 모습에서 점차 어떠한 '관계(relation)' 안에 묶인 사람들의 '합'을 보는 것으로 의미가 확장되었다는 것이다. 즉 '궁'이 '관계'로 확장됐다는 해석이다. 또 다른 설에 따르면 '궁합'의 '궁'은 남녀의 '생식기'를 의미(자궁이란 단어에서도 '궁'은 '집 궁'을 쓴다)한다는 해석이 있다. '합궁'의 뜻이 '성교'임을 염두에 둘 때 꽤 신빙성 있는 해석이다. 어원이야 어찌됐건, 오늘날 궁합은 짝을 이룬 둘의 상성을 논할 때 곧잘 사용되는 단어라는 점에 다들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궁합은 비단 사람들 사이에서만 적용되는 개념이 아니다. 음식에도 궁합이 존재함을 익히 경험해봤을 것이다. 가령 같이 먹었을 때 더 맛있었다거나, 혹은 같이 먹었을 때 인상이 찌푸려졌다거나 하는 경험 말이다. 그중에서도 아마 한국인에게 가장 대표적인 음식 궁합에 대한 경험 중 하나는 '치맥'이 아닐까 싶다. 바삭하고 그윽한 기름과 촉촉한 닭고기, 여기에 탄산이 더해진 시원한 맥주가 더해지면 만수르도 안 부러운 밤을 보낼 수 있다. 그런데 실제 그들의 상성과, 우리의 혀가 내리는 판단 사이에는 제법 커다란 오차가 있다고 한다. 알코올은 치킨의 지방 흡수를 도울 뿐 아니라 치킨이 체내에 유발하는 요산과도 상극인 성분이라 하니 말이다. 젠장.
문득 학창 시절 어울렸던 친구들이 떠오른다. 참 안 어울리게도 나는 학창 시절 어설픈 방황을 제법 했던 편이다. 거침없이 탈선하는 친구들이 옆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것이 내겐 큰 일탈로 여겨졌고, 또 나름 든든하기도 했다. 그들과 어울리는 건 참 즐거웠고, 때로는 그들과 함께라면 아무것도 무서울 게 없겠다는 생각도 일곤 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다시 그때를 떠올려 본다면 참 우습다. 그저 우리 모두는 열심히 사는 게 두려웠던 건 아니었는지. 그렇게 다 같이 공평하게 '성실'을 포기하고 우리 안에 '무규칙'을 정상 사회의 기준으로 삼으면 행복할 수 있을 거라며 자위했던 건 아닌지. 하지만 우리 혀에 그리도 달콤한 치맥이 결국은 언젠가 우리 건강에 비수를 꽂을 배신자라는 사실처럼, 우리는 서로의 영혼을 갉아먹을 술보다 독한 사이는 아니었는지.
Birds of a feather flock together.
우리 말로는 유유상종, 더 쉽게 번역하면 '끼리끼리'라고 한다. 뭐, 입맛에 맞는 사람과 어울리는 건 지탄 받을 일이 아니다. 사사건건 틀어지는 사이와 어찌 지내겠는가. 어느정도 나랑 대화도 통하고, 추구하는 가치도 비슷해야 함께 있는게 편하지 않겠는가. 특히 나이가 들수록, 함께 있을 때 편한 사람에게 마음이 더 끌리더라. 다만, 꼭 치맥이 그러하듯, 당장에 나와 잘 맞는 사람이 꼭 내게 좋은 사람이란 법은 없다.
그러니 방법은 두 가지다.당장엔 불편해도 내게 유익할 것으로 기대되는 사람과 어울리려 노력하던가,
아니면 좋은 '입맛(?)'을 가지려 노력하던가.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재미있으셨다면, 심심하실 때 유튜브도 가끔 놀러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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