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화적 가치관에 대한 반기-
그윽한 밤내음이 냉기에 자리를 뺏겨 밀려난 이 밤 마지막 열의를 불태우고 있을 학생들이 눈에 선하다. 여태껏 이래본 적이 없는 내 블로그 조회수가 이리도 폭발하는 것을 보니 말이다. 역시나 우리네 열정은 최후에 더 빛나는 법인가 보다. 내일이면 다시 인적 드문 뒷방 블로그가 되겠지만 뭐,, 부족한 포스팅을 읽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블로그를 시작한지도 이제 곧 2년이다. 몇몇 파워블로거들을 보면, 포스팅 개수가 일 이 백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일방문자가 천을 거뜬히 넘던데, 2년째 성실히 포스팅해온 나의 블로그는 고작 300~500사이다. 어차피 그들과 난 지양하는 바가 다르니 크게 의미를 두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내가 올리고 싶은 글과 '사람들이 읽고 싶은 글'의 불일치에서 오는 다소간의 허무는 피할 길이 없다. 통계가 주는 상처가 어디 그 뿐이랴. 오늘처럼 조회수가 2천을 넘어도 공감수는 100분의 1수준인걸 보노라면 어딘가 외로운 느낌마저 든다. 한참을 볼멘소리로 입을 삐죽이던 내게 아버지가 말을 거신다.
"요새 유튜브는 몇 명 됐니?" / "22명이요."
이제막 유튜브를 시작한 요즈음 한 명 한 명의 구독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공부를 하다가도 새로운 구독자 알림이 뜨면 새삼 내 입이 이렇게 컸나 싶은 미소가 지어지곤 한다. 그런데 문득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구독자 한 명이 주는 기쁨이 조회수 2천의 뿌듯함보다 큰 것은 왤까. 한참을 고민 끝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커다란 숫자가 주는 막연함, 내지는 모호함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
생각해보면 감사함이라는 감정은 그 원인이 구체적일수록 배가되는 경향이 있다. 가령 나를 위해 언제나 뒤에서 기도해주시는 우리 할머니보다는, 지금 당장 달콤한 초콜릿을 주는 사람에게 훨씬 감사함을 느끼기 쉬운 것처럼... 그도 그럴 것이, 기도는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지만, 달콤한 초콜릿은 지금 당장 우리의 혀를 간질여주며, 즉각적으로 감각되는 원초적이고도 구체적인 근거이기 때문이다.
숫자도 마찬가지다. 한 두 명이란 숫자는 당장 상상 가능할 만큼 구체성을 지니지만, 커지면 커질수록 추상성을 향해 뻗어 나간다. 한 번, 만 명을 상상해 봐라. 그것은 단지 하나의 '군중'이라는 이미지로서 우리 머릿 속을 스쳐 지나갈 뿐, 한 명 한 명이 갖는 개별성을 간직한 채 사유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니 반성하자. 정량화된 통계 하나로 한 명 한 명의 개별성을 깡그리 통합해 버린 나의 폭력을 말이다. 정보의 '바다'에서 볼품없는 나의 '섬'을 찾아줬음이 감사한 것이지, '열매'만 먹고 돌아갔음을 섭섭해할 일이 아니다. (애초에 열매도 없었겠지만은..)
감사한 줄 알고 살자.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재미있으셨다면, 심심하실 때 유튜브도 가끔 놀러와주세요^^
https://www.youtube.com/channel/UCT6CEgi8KQN2MCIvCLMl-b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