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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윰 Feb 19. 2020

기네스의 허황성





오늘날 '유일하다'는 말은 꽤나 유효한 칭찬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물의 희소성을 가치 체계의 척도로 삼는 것은 꽤나 일반적이라 '유일하다'는 말은 곧 '가치있다'는 말로 환원되기 쉽다는 점이 그 이유랄 수 있다. 이런 자본주의적 속성을 일찍이 깨달은 기민한 사람들은 그들 자신을 세상에서 유일한 상품 단위로 탈바꿈하여 세상을 향해 자신을 내다팔았고, 그 결과 막대한 부와 명예를 쥐고 한 자리 해먹기도 한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뭐가 거꾸로 된 모양새다. 앞서 말한 상품은 사실 그 가치가 먼저 인정 받은 후, 유일하다는 사실이 사후적으로 알려져 그 가치가 배가된 상황이 아닐까. 다시말해, 단지 유일하다는 이유 만으로 가치를 인정 받을 수는 없지 않느냔 말이다.



혼똔섬 케이블카는 세계 최장이라고 전해진다. 혼똔섬 만큼의 길이를 가진 케이블카는 세상에 없다. 오직 혼똔섬 케이블카만 유일하다. 근데 그게 뭐 어쨌다고? 그게 관광지로서의 가치를 드높일 만한 캐치 프레이즈가 된다고 인정하는가? 물론 과학기술적인 차원에선 적당히 감탄하고 박수쳐줄 용의가 있다. 그 얇고 긴 끈을, 그것도 바다 위에서, 오래도록 부식되지 않고 튼튼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제작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본과 기술력이 투입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관광객에게 어떤 유인이 되는가 묻는다면 난감할 뿐이다. 유일하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 박수 받길 기대해서야 되겠는가.



예전에 읽은 <창의성 101>에서 '창의성'에 대한 흥미로운 견해를 접했다. 사람들은 대체로 창의성의 필수 요소로 혁신성 만을 꼽지만, 그만큼 중요한 요소는 다름아닌 적절성이라는 주장이었다. 이를테면 장례식장에서 슬픔에 젖어 있는 가족에게 '축하합니다'라는 말은 가히 놀라울 만큼 혁신적이지만 참담할 만큼 부적절하다. 혹시나 이를 창의적이라 생각하고 실행에 옮기는 사람들은 없기를



창의성에 대한 이같은 정의는 유일함에도 제법 비슷하게 먹혀든다. 유일함이 가치를 획득하기 위해선 사회에 유용할 만큼의 적절성은 마땅히 갖춰야할 선행 요소가 아닐까.


유일하기 전에 적절하기 위한 고민의 흔적이 안 보인다면 구매할 용의가 없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재미있으셨다면, 심심하실 적에 유튜브도 한 번 놀러와주세요^^

https://www.youtube.com/channel/UCT6CEgi8KQN2MCIvCLMl-b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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