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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윰 Apr 16. 2020

 "오만한 분노"

토마스 J.하빈, 『비욘드 앵거』



다혈질인 사람과 함께 지내는 일은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방금 전 까지만 해도 웃으며 대화를 나누던 사람이 돌연 소리를 지르고, 말실수라도 했다가는 냅다 주먹이 날라오는 등 불시에 터트리는 감정의 폭발로 인해 그들과 함께 하는 매순간은 가시방석으로 느껴지곤 합니다. 게다가 그들은 대체로 다혈질인 부모 형제와 함께 자랐다는 환경적 특이성 때문에 본인이 화를 내는 행동에 대해 특별히 문제 의식을 갖지도 못합니다. 그리하여 그는 계속 화를 내고, 주변 사람들은 불편해하고, 또 다시 그는 화를 내고, 주변 사람들은 그를 피하게 되는 것이죠. 이에 대해 임상심리학자이자 분노 조절 전문가인 토마스 J.하빈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즉 분노로 가득한 사람은 실은 상처받은 존재일 뿐이라는 겁니다. 다시말해 상처 입은 동물에게치료가 필요하듯 분노로 가득한 사람 역시 치료가 필요하다는 거죠. 따라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토마스 J.하빈의 저서 <비욘드 앵거>를 통해 분노하는 사람들의 특징들을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그 개선방안을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그럼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토마스는 쉽게 분노하는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먼저 상황을 통제하려는 욕구란 상황의 주도권에 집착하는 경향이 많다는 사실을 뜻합니다. 따라서 만약 누군가 그들의 통제권을 흔들기라도 하면 격분하여 화를 내곤 하는 거죠. 이를테면, 약속 하루 전에 상대방이 갑작스럽게 시간을 바꾸자고 한다거나, 혹은 대화 상대방이 자꾸만 대꾸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 그들은 폭발하고 말 겁니다. 상황에 대한 통제력을 잃은 그들은 스스로가 무시 받았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우리는 세상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건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도, 자격도 없습니다. 타인은 나의 말에 그대로 따를 의무가 없으며, 우린 그저 배려의 상호작용 속에서 서로를 존중해야만 할 따름이죠. 즉 분노하는 사람들은 상황을 통제하려는 오만을 벗어던질 때 비로소 분노로부터 멀어질 수 있다는 것이 토마스의 주장입니다.







둘째는 부정적인 것에 집중하는 성향입니다. 토마스에 따르면 분노가 많은 이들은 대체로 부정적인 면에 집중하길 좋아하며, 또한 그것들을 유난히 확대 해석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하는데요. 이를 심리학에선 선택적 추상화라 합니다. 사건의 전체적인 내용은 무시하고 오로지 부정적인 것만 선택하여 그것이 전체인 양 추상화 하는 거죠. 이에 대한 토마스의 치유법은 흥미롭습니다. 그는 선택적 추상화를 반복하는 사람들에게 사건의 부정적인 면을 보지 말라거나, 부정적인 것도 긍정적으로 바라보라는 뻔한 조언을 건네는 대신 ‘하지만’이라는 단서를 달아보라고 주문합니다. 이를테면, “이 식당은 직원이 너무 예의가 없어서 최악이야. 하지만 음식은 잘하네.” 와 같이 말이죠. 그리하여 자꾸만 부정적인 면을 보는 습관을 통째로 없애고자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것만이 그것의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을 점차 깨닫도록 훈련하는 것입니다. 비록 처음엔 ‘하지만’ 이라는 말 뒤에 따라붙는 단서가 아주 사소할지도 모르지만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언젠가 긍정이 부정을 압도할 것이라고 토마스는 주장합니다.









끝으로 세번째는 허황된 독심술입니다. 정확히 말해 자신이 타인의 마음을 읽을 줄 안다는 착각을 뜻하죠. 그런데 여기에 감정적 추론이라는 심리적 현상이 더해지면 문제는 더 심각해집니다. 심리학에서 감정적 추론이란 자신이 추측하는 것이 진실이라고 믿는 경향을 가리키는데요. 독심술과 감정적 추론이 종합되면 자신이 추측한 타인의 마음이 진실이라고 확신하기에 이르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들은 크고 작은 오해 속에서 하지 않아도 될 분노를 하며 자신과 타인을 소모하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타인이 우리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듯 우리도 마찬가지로 타인의 생각을 완전히 알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지레 짐작하고 넘겨짚는 습관 대신 타인의 솔직한 심정을 질문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이리하여 쉽게 분노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간단히 살펴봤습니다. <비욘드 앵거>의 저자 토마스는 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스스로가 분노하는 사람이다 라는 자각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왜냐하면 분노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분노하는 가정에서 자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자신의 분노를 그저 표준적인 행동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고대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는 그의 저서 <화에 대하여>를 통해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세네카의 말 대로 사회적 관계 속에 이리저리 얽힌 인간은 죄 없이 살아갈 수 없습니다.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우리는 모두 타인에게 크고 작은 빚을 지며 살아가죠. 따라서 지금 이 순간 내 옆을 지켜주는 상대에게 쉼 없이 사랑을 빚지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한다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분노도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요.


오늘도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재미있으셨다면, 심심하실 때 유튜브도 가끔 놀러와주세요^^

https://www.youtube.com/channel/UCT6CEgi8KQN2MCIvCLMl-b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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