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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윰 Apr 25. 2020

재료 탐색을 게을리 하는 글쓴이



때로 맛 좋은 요리 한 그릇을 완성하기 위해선 많은 재료가 필요하다. 탁월한 요리사라면 보다 훌륭한 맛을 위해 각 재료들의 상성과 특이점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파악해내야 할 뿐만 아니라 그것들이 이뤄낼 조화를 미리 예측하고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좋은 글 한 편을 쓰기 위해선 알아야 할 것이 많다. 탁월한 작가들은 보다 아름다운 글을 쓰기 위해 지나간 역사와 철학으로부터 오늘 이 세상을 다시 바라볼 수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미 오래 전에 생성되었다가 소멸되고 말아버린 사색의 편린들을 되살려내고, 재구축하고, 다시금 해체했다, 또 새로이 이어붙이며 오늘의 현상을 바라보는 가치 있는 관점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요즈음 브런치 등의 글쓰기 커뮤니티를 보면 많이 아는 것과 좋은 글은 아무런 상관 조차 없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쉬이 느낀다. 부끄럽지만 나 또한 그러한 운동의 초기엔 그들을 두손들고 응원했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는 그들의 응원 구호가 '글쓰기'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탓이다. 하지만 이는 내 부족한 통찰을 그지없이 드러내준 착각에 지나지 않았다. 그들이 말하는 '누구나'는 '역사나 철학 따위는 알지 못하더라도'와 동의어였으며, 그들이 장려하는 '글'은 일상적 요소에 다만 감수성만 한 스푼 얹은 감성·힐링 에세이였다. 진실 대신 안락을 추구하고, 고통 대신 회피를 미덕으로 내세우는 삼류 에세이 따위가 그들의 주력 프로모션이었다. '좀 늦어도 괜찮아', '힘들 땐 쉬어도 돼', '넌 혼자가 아니야' 등등, 마치 세 살 아이의 삶을 설계해주는 듯한 인생 지침들이 감성으로 둔갑하며 이 사회로부터 공자와 니체를 모조리 쫓아내는 형국이었다.


하기야 오늘날 서점가에 자리잡은 수많은 감성 에세이들을 싸잡아 욕하진 못하겠다. 게다가 그들 중 여느 책들은 여느 독자들에게 최선의 위안과 위무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 마저 인정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작가들 스스로는 알 것이다. 본인이 써낸 글의 가치를 (제발) 본인들은 냉엄히 평가(해야)할 것이다. 그저 일상적 표현들에 단순한 수사적 비틀기만 수행하고선 감성이랍시고 포장하는 출판업계에 동조하는 수치심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젠장. 누구든 좋은 글을 쓰기란 어려운 일이다. 언제쯤 나도 부끄럽지 않은 글 한 편을 쓸런지 채근할 뿐이다. 그나마 부끄러운 줄이나 안다는 사실에 일말의 위로를 얻는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재미있으셨다면, 심심하실 때 유튜브도 가끔 놀러와주세요^^

https://www.youtube.com/channel/UCT6CEgi8KQN2MCIvCLMl-b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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