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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윰 Apr 26. 2020

2. 연역논증 2)명제논리 ②연언명제

*유튜브해설 : https://www.youtube.com/watch?v=Lvcr16zJ7IQ





지난 포스팅에서는 명제 논리가 무엇인지에 대해 간단히 살펴봤습니다. 명제 논리란 명제들 간의 관계를 다루는 논리 체계였죠. 여기서 말하는 관계란 바로 다음과 같은 것들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이 중 첫번째인 연언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연언을 거칠게 정의하면 두 명제가 ‘그리고’라는 연결사로 결합된 형태를 가리킵니다. 예를 들어 다음의 명제를 보겠습니다.


철수는 학생이고, 그리고 철수는 남자다.


이때 주어진 명제는 ‘철수는 학생’이라는 명제와 ‘철수는 남자’라는 두 명제가 ‘그리고’라는 연결사를 통해 하나의 명제로 연결된 거죠. 이들 각각을 student와 man의 앞글자를 따서 편의상 S와 M으로 나타내겠습니다. 논리학에서는 이를 다음과 같은 기호로 나타냅니다.


S · M



‘and’라는 글자의 역할을 점 모양의 연언 기호가 떠맡게 된 거죠. 물론 교재에 따라서 ‘∧’ 웻지(wedge) 기호나 혹은 &(앰퍼샌드)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앞으로 제 포스팅에선 이 점 모양의 연언기호를 사용도록 하겠습니다. 셋 중 어떤 기호가 나오든 ‘and’라고 읽으시면 됩니다.




그렇다면 연언 명제의 진리표를 그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보다시피 주어진 명제의 참/거짓은 S와 M 명제 각각의 참/거짓 여부에 달려 있죠. 천천히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S명제와 M명제가 둘 다 참일 때 S∙M 명제는 참입니다. 반면 S는 참이고 M은 거짓일 때, 혹은 S는 거짓이고 M만 참일 때는 S∙M 명제가 거짓에 해당합니다. 또한 S명제와 M명제가 모두 거짓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이 S∙M 명제는 거짓이겠죠. 이리하여 연언 명제의 진리표를 간단히 완성했습니다.



중요한 건 지금부터입니다. 포스팅 초반에 저는 연언이라는 것이 단지 두 명제를 and로 결합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사실 이것은 연언에 대한 반쪽자리 정의에 불과합니다. 왜냐하면 명제 논리의 기호들은 오직 진리함수적 관점에서만 정의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용어는 생소하지만 내용은 어렵지 않습니다. 우린 이미 연언 기호를 진리함수적 관점으로 정리한 바 있죠. 바로 진리표입니다. 진리표를 보시면 S 명제와 M 명제, 그리고 두 명제를 연언기호로 결합한 S∙M 명제, 이 셋의 참/거짓 관계가 함수적으로 정리되어 있죠. 이 중에서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진리표의 첫 줄입니다. 보다시피 S∙M명제는 오직 첫 줄에서만 참 값을 갖고 있죠. 이를 통해 연언 기호의 진리함수적 의미를 도출하면 ‘연언 기호란 S와 M이 둘 다 참일 때만 S∙M 명제가 참이다’를 뜻한다고 정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아주 중요한 내용이므로 다시 천천히 살펴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핵심은 논리학의 연언 기호가 ‘and’의 일상적인 의미와 완벽한 동의어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and’가 우리 일상에서 쓰이는 다양한 용례들을 살펴보겠습니다.


1) 철수는 영희에게 반했고, 그리고 사귀자고 고백했다.
2) 철수와 영희는 내일 결혼을 한다.
3) 철수와 영희는 학생이다.




1) 철수는 영희에게 반했고, 그리고 사귀자고 고백했다.


먼저 1번 문장입니다. 편의상 ‘철수가 영희에게 반했다’는 것을 P명제, ‘철수가 영희에게 사귀자고고백한 것’을 Q명제라 하겠습니다. 만약 연언 명제가 단지 두 명제를 ‘그리고’로 결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 1번 문장은 P∙Q로 정리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죠.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1번 문장의 ‘그리고’라는 연결사는 시간의 흐름을 함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영희에게 반한 사건이 먼저고, 사귀자고 고백한 건 그 다음일인 거죠. 반면 이를 기호로 옮긴 P∙Q에서는 P와 Q 중 누가 더 먼저인지를 나타낼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1번 문장의 ‘그리고’는 연언 기호로 옮길 수가 없습니다.






2) 철수와 영희는 내일 결혼을 한다.


다음으로 2번 문장을 보겠습니다. ‘철수와 영희’는 ‘철수 and 영희’를 나타내죠. 그런데 이 문장은 두 가지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나는 철수와 영희가 서로 결혼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철수와 영희가 각각 다른 사람과 결혼하는 것입니다. 만약 2번 문장이 a로 해석된다면 이는 두 사람이 한 쌍의 부부가 되는, 즉 하나의 사건이므로 복합명제라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a의 경우 ‘and’는 연언 기호로 옮길 수 없습니다. 반면 b로 해석된다면 ‘철수가 내일 결혼을 한다’라는 P 명제와 ‘영희가 내일 결혼을 한다’라는 Q 명제 두 가지 사건이 발생하는 것이므로 연언 기호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3) 철수와 영희는 학생이다.


이제 마지막으로 3번 문장을 보겠습니다. 이때 ‘and’는 2번 문장의 b 해석과 같은 의미입니다. 즉 ‘철수는 학생이다’ 라는 P명제와 ‘영희는 학생이다’라는 Q명제가 연결된 형태로서 얼마든지 연언 기호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and’의 의미는 생각보다 매우 다양합니다. 따라서 논리학에서는 이 같은 ‘and’의 다양한 쓰임 P, Q가 둘 다 참이어야만 전체도 참인 상황만을 연언 기호로 옮기자고 약속한 것입니다.


참고로 논리학에서는 연언 기호를 다음과 같은 논증에 응용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잘 이해하신 분들이라면 아주 쉽게 이해되실 겁니다. 먼저 단순화 논법이란 P∙Q가 참이라면 P는 참이라는 논증이고 다음으로 연언 논법이란 P와 Q가 각각 참인 경우 P∙Q도 참이라는 것입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라 따로 부연하지 않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이제 최종적으로 여러분의 이해를 점검하기 위해 한가지 퀴즈를 드리겠습니다. 잠시 화면을 멈추고 신중하게 풀어보시기 바랍니다.



답이 1번 뿐이라 생각하신 분들은 여전히 ‘그리고’라는 말에 갇혀 계신 겁니다. 수차례 말씀드렸듯 연언 기호의 정확한 의미는 P와 Q가 동시에 참일 때만 P∙Q가 참이라는 뜻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2번과 3번 문장을 보시면 두 문장이 참이기 위해서는 각각을 구성하는 명제도 둘 다 참이어야 하겠죠. 다시 말해 철수는 대학생이라는 명제와 영희는 대학생이 아니라는 명제가 동시에 참이어야만 2번 명제가 참일 수 있으므로 2번 명제는 연언 명제인 것입니다. 마찬가지 원리로 3번 문장 역시 철수는 스무살인 동시에 고등학생일 대만 3번 명제는 참일 수 있으므로 연언 명제인 거죠. 따라서 답은 1, 2, 3번 전부입니다.




이리하여 연언 명제에 대해 쭉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 여러분들이 꼭 기억하실 건 결코 연언 기호의 의미를 일상 언어의 ‘그리고’와 동일하게 생각해선 안 된다는 점입니다. 연언기호는 P, Q가 참일 때만 P∙Q가 참이라는 진리 관계를 나타낼 뿐입니다. 참고로 연언의 한자어는 ‘잇닿을 연’과 ‘말씀 언’입니다. 여기서 말씀은 당연히 명제를 뜻하겠죠. 즉 연언 명제란 기호로 연결된 두 명제가 참으로 잇닿아 있는 관계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재미있으셨다면, 심심하실 때 유튜브도 가끔 놀러와주세요^^

https://www.youtube.com/channel/UCT6CEgi8KQN2MCIvCLMl-b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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