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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윰 May 02. 2020

2.연역논증 2)명제논리 ⑤조건명제

*유튜브해설 : https://www.youtube.com/watch?v=q3B6J6IuWLg





명제 논리를 공부하는 많은 학생들이 가장 헷갈려 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조건명제의 진리표입니다. 이번 포스팅을 통해 조건 명제의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조건명제란 쉽게 말해 ‘만약 A이면 B이다’와 같은 형태의 복합명제로서 다음과 같은 기호로 표기합니다.


A → B


여느 교재들은 말굽 모양의 집합기호(⊃)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제 포스팅에서는 화살표 모양으로 통일하도록 하겠습니다. 둘 중 어떤 기호가 나오든 'A이면 B이다' 라고 읽으시면 되고요, 앞에 나오는 A를 전건, 뒤이어 나오는 B를 후건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아무튼 보다 중요한 건 기호의 의미이겠죠. 지금부터는 집중하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으므로 종이에 그려보시면서 천천히 읽으시길 추천드립니다.



조건기호의 논리학적인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A가 참일 때 B가 거짓이면 A→B 는 거짓이다’


그런데 A가 참이고 B가 거짓이라는 말은 다시 말해 A가 참이고 ‘Not B’가 참이라는 말과 동일합니다. 즉 A∙~B가 참일 때 A→B 명제는 거짓이라 할 수 있죠. 그렇다면 A∙~B 명제를 한 번 더 부정한 명제가 참일 때는 A→ B 명제의 진리치도 참으로 바뀌겠죠. 혹시라도 이해가 안 되시는 분들은 위 이미지를 따라 생각해보시며 천천히 그려보시면 금방 이해되실 겁니다. 아무튼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을 알았습니다. ~(A∙~B)이 참일 때만 A→B 명제가 참이라는 사실이죠. 따라서 ~(A∙~B)를 바탕으로 A→B 명제의 진리표를 그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A와 B가 서로 맺을 수 있는 진리관계의 네 가지 경우의 수를 써줍니다. 둘째로 Not B의 진리치는 B의 진리치와 정반대의 것들을 써주면 됩니다. 그 다음으로 A∙~B의 진리치는 A와 ~B의 기호가 둘 다 참일 때만 참이겠죠. 따라서 두번째 칸을 제외한 나머지에 모두 거짓을 써넣으면 됩니다. 또한 ~(A∙~B)의 진리치는 A∙~B의 진리치와 정반대의 것을 써주면 되겠죠.


그리하여 마지막으로 남은 과제는 A → B 명제의 진리치인데요. 앞서 우리는 ~(A∙~B)이 참일 때만 A → B 명제가 참이라는 사실을 살펴봤죠. 따라서 A → B의 진리치는 ~(A∙~B)의 진리치와 같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따라 진리치를 모두 적으면 위와 같이 진리표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이러한 진리표에 따라 일상 언어를 해석해보면 조건명제의 진리표는 우리의 직관적인 해석과 크게 다르다는 점을 느끼실 겁니다. 가령 다음의 명제를 보겠습니다.


만약 철수가 기독교인이면, 철수는 교회에 다닌다.



먼저 철수가 기독교인이라는 것을 A라 하고, 철수가 교회에 다닌다는 것을 B라하면 A → B 명제로 옮길 수 있죠. 진리표에 따라 이를 해석해보면, 첫째로 철수가 정말 기독교인이고, 또한 실제로 교회에 다니는 경우, 주어진 명제는 참입니다. 반면 철수가 기독교인임에도 불구하고 교회를 다니지 않는다면 이 때 우리는 주어진 명제가 거짓이라 말할 수 있겠죠. 여기까진 누구나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입니다. 앞서 완성한 조건명제의 진리표를 다시 확인해보시면 3,4 번의 경우 즉 전건이 거짓이면 후건이 무엇이든 주어진 명제는 참이라고 적혀있죠. 이를 주어진 명제에 적용해보면 철수가 기독교인이 아닌 경우 철수가 교회에 다니든 안 다니든 주어진 명제는 참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이는 상식적으로 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 애초에 주어진 명제에는 기독교인이 아닐 경우에 대한 언급이 전혀 나와있지도 않은데 거기에 대해 참/거짓을 따진다는 건 굉장히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것은 조건 기호를 일상 언어적으로 해석함으로써 발생한 오류입니다. 포스팅 초반에도 말씀드렸듯 조건 기호의 논리적인 의미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A가 참일 때 B가 거짓인 경우 A→B는 거짓이다.


즉 조건 기호는 전건과 후건의 관계를 진리함수적으로 정의했을 뿐입니다. 따라서 A→B라는 조건명제를 ‘만약’이라는 말의 일상적 의미로 이해하려다 보면 끝없이 늪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하지만 조건명제의 이 같은 논리학적 정의가 잘 와닿지 않으시는 분들을 위해서 조건 명제의 진리표를 보다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팁을 한 가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조건 기호의 논리적 의미는 전건이 참이고 후건이 거짓일 경우 A→B는 거짓이라는 뜻이었죠. 그렇다면 애초에 전건이 거짓인 경우 주어진 명제는 거짓일 가능성이 있을까요?


한 번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가령 한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했습니다.


‘내일 비가 오면, 수업은 휴강이다.’


이때 우리는 비가 오는 경우에 대해서는 참/거짓을 무리 없이 판단할 수 있죠. 비가 왔는데 휴강을 하면 선생님은 약속을 지킨 것이고, 비가 왔는데도 휴강을 하지 않는다면 선생님은 거짓말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비가 오지 않는 경우 우리는 선생님이 한 말의 참/거짓을 어떻게 따질 수 있을까요. 방법은 선생님이 거짓말을 했는지 따져보는 겁니다. 만약 비가 왔는데 휴강을 하지 않는다면 선생님은 분명 거짓말을 한 거죠. 하지만 선생님은 비가 안 올 때에 대해서는 수업을 한다 안 한다 이야기를 한 적이 없습니다. 즉 비가 안 오는 경우는 수업을 하든 안 하든 선생님은 거짓말을 했다고 볼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명제는 참과 거짓 둘 중 하나여야 한다는 배중률로 인해 선생님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면 참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는 거죠. 즉 전건이 거짓일 경우 주어진 명제는 거짓일 가능성 자체가 사라졌으므로 참이라 간주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럼 이쯤에서 조건 명제를 충분히 이해하셨다고 짐작하고 이러한 조건 명제가 논증에서 어떤 방식으로 사용되는지 몇 가지 형식을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첫번째는 전건 긍정의 법칙입니다.



‘A이면 B이다’라는 조건문에서 A라는 명제가 참으로 주어진다면 당연히 우리는 B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겠죠. 보시다시피 위 예시에서 전건이 참이라면 후건을 타당한 결론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다만 주의할 점은 후건 긍정의 오류입니다. 전건이 참일 때는 후건을 타당한 결론으로 얻을 수 있지만 후건이 참이라 해서 전건이 참이라는 논증은 잘못된 논증입니다. 예를 들어 다음의 논증을 보겠습니다.


자명하게도 철수가 매일 공부를 한다고 해서 반드시 그가 대학생이라는 법은 없겠죠. 따라서 전건긍정의 법칙과 더불어 후건 긍정의 오류를 범하지 않으시도록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다음으로 두번째는 후건 부정의 법칙입니다. 앞서 살펴본 후건 긍정의 오류와는 달리 후건을 부정함으로써 전건을 부정할 수 있다는 타당한 논증 방식인데요. 이러한 논증 방식이 왜 타당한지는 진리표를 그려보시면 쉽게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A이면 B명제가 참이고, ~B도 참일 때는 ~A 역시 참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죠. 이에 대한 예시로는 다음과 같은 논증을 들 수 있습니다.


A물질이 소듐이라면, A물질을 물에 넣으면 폭발 반응한다.
A물질을 물에 넣었는데 폭발 반응하지 않는다.
A물질은 소듐이 아니다.


조건문의 후건이 부정되었으므로 즉 우리는 전건의 부정을 결론으로 얻을 수 있는 거죠. 다만 이때도 우리는 전건부정의 오류와 혼동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후건이 부정일 땐 전건의 부정을 결론으로 도출할 수 있지만, 전건의 부정을 통해 후건의 부정을 도출하는 것은 잘못된 논증입니다. 다음의 예시를 보겠습니다.



주어진 예시는 전건 부정의 오류를 범하고 있죠. 상온에서 녹는 물질은 꼭 얼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스크림도 녹고, 얼린 음료수도 녹죠. 따라서 전건을 부정한다 해서 후건의 부정을 결론으로 얻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세번째는 가언적 삼단논법입니다. A이면 B이고, B이면 C라는 명제가 참일 때 A이면 C라는 명제도 참이라는 논증이죠. 가령 다음과 같은 논증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어려운 내용은 아니므로 설명은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리하여 이번 포스팅에서는 조건 명제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 보다 중점적으로 다룬 내용은 조건 명제의 논리적인 의미를 왜곡 없이 전달하는 것이었습니다. 수없이 반복해서 말씀드리지만 논리 기호들을 일상 언어식으로 해석하시면 논리 퀴즈를 푸실 때 큰 혼란이 뒤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아직도 조건 명제의 진리표가 잘 이해되지 않으시는 분들은 조건 기호를 비롯하여 연언 기호와 선언 기호 등 논리기호의 의미를 오직 진리값의 관점에서 다시금 재점검하는 시간을 가져 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재미있으셨다면, 심심하실 때 유튜브도 가끔 놀러와주세요^^

https://www.youtube.com/channel/UCT6CEgi8KQN2MCIvCLMl-b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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