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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권수 Feb 16. 2021

생각을 알아차리고, 멈추는 명상

생각은 멈추는 것아 아니라 알아차리고 허용하는 것

구름과 같은 생각의 속성, 생각을 멈춘다는 것?

가끔 생각을 멈추고 싶을 때가 있다. 근심과 걱정을 유발하는 생각은 더더욱 그렇다. 일상의 많은 괴로움은 불필요한 생각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괴롭다' 그만 이야기하고 자신이 어떤 생각의 파편들에 공격받고 있는지 살펴보기 시작하면 허망한 생각은 잦아들고 괴로움은 줄어든다.) 생각에서 자유롭기 위해서 우리는 몇 가지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생각은 의도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일어난다. 그러니 내가 어떤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필요는 없다. 무엇을 보고 듣고 느끼면 생각은 일어난다. 생각은 감정을 유발하고 감정 또한 생각을 만든다. 예를 들어 문을 제대로 잠그지 않았다는 생각, 타인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생각들은 사소하지만 불안과 걱정이란 감정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은 자동적으로 확산된다. 생각으로 괴로워한다면 이런 생각과 감정의 협공, 거기에 과거의 기억이 한몫하고 있을 거다. 


생각으로 미래를 예측하며 자신의 생존을 안정적으로 다져온 인간에게 생각과 감정은 무엇보다 중요한 경쟁력이었다. 그런 탓에 우리는 생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생각에 대한 집착과 억압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에 더 빠져들게 만든다. 잘 알려진 흰곰 실험처럼 흰곰을 생각하지 않으려는 사람은 흰곰을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생각하지 않으려고 할수록 생각은 떨쳐버리기 힘들다. 생각을 멈추는 방법은 생각을 억압하지 않고 허용하는 것이다. 명상을 하면 생각을 멈추게 한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멈추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바라보고 알아차리는 과정을 통해 생각에 집착하지 않고 끌려가지 않는 힘을 키워준다. 그래서 생각이 경험을 방해지 않게 한다. 불필요한 생각은 자신이 온전히 경험하지 못하게 한다. 특히 현재의 경험 말이다. 

 


명상은 어떻게 생각을 관찰할까? 

지금 당장 차분히 앉아서 자신이 어떻게 숨 쉬고 있는지 관찰해 보자. 눈을 감고 편안하게 숨이 들고나갈 때 느껴지는 코끝이나 복부의 감각만 느껴보자. 그러면 금방 생각이 떠오른다. 이때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지 관찰해 보자. 단지 떠오르는 생각이 어떤 것인지만 인지하고 생각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지?, 그 생각이 맞다 틀리다” 등 떠오르는 생각을 판단하거나 대응하지 않고 아무런 상관없는 사람처럼 어떤 생각이 떠오르고 사라지는지 지켜보자. 판단하지 않고 관찰하고 있으면 생각이 생각을 만드는 일은 줄어들고 떠올랐던 생각은 금방 사라지고 다시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사라지는 것을 지켜볼 수 있다. 


이런 경험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참 많은 생각이 쉬지 않고 일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생각하지 않고 숨 쉬는 것을 경험하는 것이 참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일어나는 생각을 판단하지 않고, 생각에 끌려가지 않고 나에게 일어나는 생각을 관찰하는 것이 힘들고 생소하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는 순간 나와 나의 생각에는 일정한 거리가 만들어진다. 그 거리를 통해 생각은 그저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생각일 뿐이고 그 생각은 나와 다르다는 것을 점점 느끼게 된다. 나의 생각을 바라보는 주체가 된다. 생각을 멈추는 방법은 생각을 억압하지 않고 허용하는 것이다. 생각에 끌려가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에서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다. 


불필요한 생각에 끌려다니며 시달리지 않는 명상

명상이 가장 좋은 휴식이 될 수 있는 것은 불필요한 생각에 끌려 다니며 시달리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고 듣고 경험하는 모든 것은 생각을 만들어 낸다. 그 생각들에 끌려 다니다 보면 우리의 뇌는 지칠 수밖에 없다. 가만히 있어도 수많은 사건과 정보들이 우리의 생각을 자극하고 다시 수 십 갈래 분화하며 생각을 만들어 우리를 끌고 다닌다. 


호흡이나 신체의 감각에 주의를 집중하면 불필요하게 피어오르는 생각을 막을 수 있다. 설령 다른 생각이 떠올라도 무시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생각을 무시할 수 있는 힘!, 쉽지 않고 근력을 키우듯이 키워야 한다) 생각과 감정에 따른 불필요한 반응이 줄고 뇌도 휴식을 취한다. 휴가를 받아 여행을 하면 공간을 이동했기 때문에 직장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생각과 자연스럽게 단절하게 된다. 그러면 휴가지에서 느끼는 풍경과 다양한 감각에 집중하게 되고 스트레스와 피곤한 생각도 사라진다. 


명상은 휴가를 받아 공간을 이동하지 않아도 생각을 떨어뜨려 현재의 경험에 몰입함으로써 편안함을 즐길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준다. 생각을 떨어뜨려 관찰하기 때문에 끌려가지 않고 흘려보낼 수 있어 쉬는 현재의 경험에 집중할 수 있다. 생각에 방해받지 않으면 우리가 온전히 쉴 수 있다. 에너지를 받지 못한 생각은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사라진다. 자연스럽게 생각은 멈추게 된다. 명상은 생각을 알아차리고 생각을 조절할 수 있는 힘을 키워준다. 그런 생각의 알아차림 속에서 숨겨진 진짜 생각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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