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적 고통과 심리적 고통은 차이가 없다.
신체적 고통과 심리적 고통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신체적 고통에는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심리적 고통은 방치되기가 쉽다. 뇌 과학의 연구결과를 보면 신체적 고통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부위와 심리적 고통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부위는 같았다. 신체적 고통과 마음의 고통은 뇌에서 유사한 방식으로 처리된다는 것이다. 마음이 찢어질 듯 아픈 것은 은유가 아니라 사실이었다. 그러니 마음이 느끼는 고통을 소홀히 할 일은 아니다.
상처나 질병처럼 고통의 원인과 결과가 눈에 보이는 경우에는 고통에 공감하기도 쉽다. 그래서 치료를 위한 대책도 적극적이다. 병원도 있고 약도 있고 전공이 세분화된 의사도 있다. 반면에 마음의 고통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공감하기도 힘들고 대책도 소극적이다. 일반인들이 증세가 심하지 않으면 병원, 약, 의사에게 접근하기도 쉽지 않다. 왕따나 소외, 거절, 실연, 실패 등으로 느끼는 고통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사회적으로 이들을 지원하는 것에 적극적이지 않다. 고통이 고통으로 공감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심리적 고통도 신체적 고통만큼 가혹하다는 것이다.
신체적 고통과 심리적 고통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부위가 같다는 점에 착안해서 심리적 고통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진통제를 복용하는 실험이 있었다. 결과는 진통제를 복용한 그룹이 심리적 고통에도 불구하고 고통을 덜 느끼고 고통을 느끼는 뇌 부위도 덜 활성화되었다. 신체적 통증이든 심리적 통증이든 인지를 담당하는 전두엽이 통증 신호를 감지해야 고통을 느낄 수 있다. 같은 통증이라도 이를 인식하는 사람에 따라 통증의 강도가 다른 이유다. 통증을 줄여준다고 마음이 아플 때 진동제를 먹는다고 치료가 될까? 신체적 통증이야 진통제를 통해 안정되는 사이에 물리적 치료가 될 수 있지만 심리적 통증은 치료되기 힘들다. 아마 진통제에 대한 중독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연구들을 더 정밀하게 연구한 후속 연구들에서 신체적 고통과 심리적 고통에는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신체적 고통에는 통각을 처리하는 영역과 통증을 조절하는 영역이 더 활성화되지만 심리적 고통은 타인의 마음을 예측하고 부정적 정서에 관여하는 영역이 더 활성화되었다. 같은 부위라도 더 정밀한 패턴 분석을 하면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정밀한 분석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신체적 고통만큼 심리적 고통도 치명적이고 가혹하다는 것은 사실이다. 심리적 고통에 대한 현실적인 사회적 공감과 배려가 필요하다. 심리적 고통에 공감해 주고 위로해 주는 것만으로도 우리 몸에는 진통제와 같은 엔돌핀, 긍정적 정서를 유발하는 세로토닌, 옥시토신과 같은 호르몬이 늘어난다. 신체적 고통만큼이나 심리적 고통을 함께 공감해 줄 때 우리는 진통제 뿐만 아니라 치료제를 동시에 처방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주변에서 사회 전반에 사회적 배려, 사회적 지원 시스템이 병원만큼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