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권수 Feb 14. 2016

작업기억은 어떻게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가

산만함의 시대에 삶의 질서와 마음의 평화를 만드는 작업기억의 비밀

‘하버드 마음 강좌’라는 책에는 흐트러진 마음에 질서를 세워주는 마음 관리 법칙으로 6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①격앙된 감정을 다스리기, ②주의력 유지, ③멈추어야 할 때 제동을 거는 충동조절, ④작업 기억의 향상, ⑤유연하게 주의의 전환, ⑥통합적 실행이다. 이것이 온전히 집중하기 힘든 산만함의 시대에 삶의 질서를 유지하고 자신을 성공으로 이끄는 마음 관리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주로 인간의 주의력에 관한 것이지만 작업기억의 능력이 그 중심에 있다. 질서 있는 삶, 마음 관리에 작업기억의 능력이 들어가 있는 것은 이상하게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더 살펴보면 작업기억 능력을 발달시킨다는 것이 합리적인 인지와 판단뿐만 아니라 성격이라고 치부되는 마음과 심리적 평화를 위해서도 중요함을 알 수 있다. 물론 이런 능력은 역경에 대한 회복력(Resilience)과 사람의 인성과도 관련이 깊다.   

   

작업기억은 인간의 이해력, 학습능력, 추론과 조절력의 개인차를 설명한다. 


작업기억은 인간이 인식하고 계획하고 판단하는 의식적 활동의 대부분에 활용된다. 우리가 파티를 준비한다고 할 때 초대한 사람을 떠올리고 식탁의 배치와 장식, 음식을 예상하면서 메뉴와 식재료를 준비한다고 할 때 필요한 모든 정보의 기억들이 작업기억에 의해 움직인다. 먼저 파티라는 것에 주의를 집중하고 이와 관련된 사람과 사물들의 기억을 떠올린다. 주의를 집중시킨 상태에서 떠올린 기억을 목적에 맞게 비교, 계획,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작업기억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단순히 저장되는 기억이 아니라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의식활동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서 활용되는 작업장 같은 역할을 담당한다. 그래서 작업기억은 정보를 기억하고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연구들에 의하면 작업기억은 인간의 이해력, 학습능력, 추론과 조절력에 있어 개인차를 설명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언급되고 있다.      


작업기억은 주의를 집중하고 목표지향적이며
스스로 동기부여하여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


작업기억은 특정 대상에 주의를 집중하고, 기억하고, 연관된 기억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런 기억들의 내용을 분석, 검토, 평가 또는 비교하여 머릿속으로 계획하고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한다. 작업기억이 발달되지 못하면 주의를 집중하지 못할 뿐 아니라 적합한 기억을 떠올려 다각적으로 생각하고 시뮬레이션 할 수 없게 된다.(바둑에서 상대는 모르게 여러 가지 수를 시뮬레이션하며 판을 만들어 가는 것을 상상하면 좋겠다.) 그래서 작업기억이 잘 발달된 사람은 자신의 주의력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다. 원하는 것에 집중하고 그렇지 않은 소음을 잘 제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런 이유로 인간은 충동적이고 반응적인 것에서 벗어나 목표 지향적으로 스스로를 조절하고 동기부여하며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게 효율성과 현명함을 지니게 된다.      

잦은 실수와 건망증,  작은 일이 꼬이고 꼬여 자신을 책망할 때,
작업기억의 향상을 필요할 때일 수 있다. 


작업기억이 잘 작동된다는 것은 주의와 기억의 상호작용이 원활하다는 것이다. 사실 위에서 설명한 작업기억의 활동에는 뇌의 여러 영역이 관여하지만 특히 주의력을 관장하는 뇌와 기억을 관장하는 뇌가 잘 상호작용 되어야 한다. 주의력과 기억 사이에 일종의 연결통로가 잘 소통하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주의력과 기억의 네트워크가 원활하면 우리는 체계적으로 생각하고 예측하여 사고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주의가 이리저리 분산되고 안절부절 못할 뿐 아니라 금방 했던 일이나 하려는 일을 까먹고 우왕좌왕 하는 일이 많아진다. 목수가 집을 짓기 위해서 현재 하고 있는 작업에 적합한 도구를 받아야 하는데 맞지 않는 도구를 받아들고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과 같다. 이때 의식적으로 분산될 뿐만 아니라 작은 일이 꼬이고 꼬여서 “나는 왜 이리 계속 일이 꼬이고 복잡해질까?” 하소연하며 스스로 책망하는 일이 많아질 수 있다. 의식의 질서가 깨지고 마음의 평화도 깨지게 된다.      


작업기억은 고차원적 뇌의 발달이 필요하고
자기통제와 조절력을 높인다. 


우리 뇌에서 작업기억을 주로 담당하는 부분은 배외측전전두엽이라는 곳이다. 여기는 주의를 집중하고 계획과 실행, 목표지향적 활동이나 시뮬레이션을 담당하는 곳이다. 그리고 충동조절과 중독을 방지하는 조절활동이 이루어진다. 그러니 작업기억의 능력은 뭔가를 잘 이해하고 인지와 관련 있을 뿐만 아니라 충동 등 자기조절력과 연결되어 있다. 그러니 삶에서 역경의 상황에 대한 회복력과 인성과도 관련이 깊다. 다이어트, 담배, 화, 술 등을 멀리하는 것은 자기조절이 필요한 부분이다. 자기 행동의 집행을 통제하는 것을 집행통제(executive control)이라고 한다. 충동을 이기지 못하는 것은 이런 집행통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이때 활용되는 주의가 집행주의(executive attention)라고 한다. 자신의 주의를 목표한 곳에 집중하고 필요에 따라 분산시키고, 자극에 의해 반응했다가 목표로 되돌리고, 집중한 것을 유지하는 주의를 집행주의라고 한다. 바로 작업기억이 요구되고 전전두엽에서 이루어진다. 이것이 잘되면 집행통제가 원활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작업기억은 집행통제와 관련되어 있다. 네델란드의 대학( Maastricht 대학의 Katrijin Houben과 동료들)에서 작업기억의 훈련과 이런 충동 억제능력의 관계를 실험했다. 일주일에 30잔 이상의 술을 마셔야 하는 술고래들을 대상으로 작업기억을 훈련시켰더니 작업기억의 과제를 점점 잘 수행하게 되었다.(다양한 훈련이 있지만 예를 들면 단어 거꾸로 말하기 같은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이전보다 술을 10잔정도 덜 마시며 충동의 욕망을 줄여 나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작업기억의 개선은 개인의 통제력을 개선해 나갈 수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이쯤 되면 하버드 마음 강좌에서 삶의 질서를 위해 작업기억의 능력을 향상시키라고 주장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기억과 주의의 조절에는 도파민이 '갑'이다.
그래서 작업기억의 향상에도 도파민이 필요하다.
작업기억을 사용하면 도파민과 세로토닌의 양도 늘어난다. 
작업기억의 활용은 긍정과 행복을 유발하는가?

 

작업기억의 능력을 성공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려면 도파민이 필요하다. 도파민이 에너지 공급원이라고 볼 수 있다. 도파민이 가장 활발하게 작용되고 수용체가 가장 많이 몰려 있는 곳이 전전두엽이다. 도파민의 활성이 낮은 아이들은 깜빡 잘 잊고 뭔가를 잃어 버리고 덤벙된다. 뭔가를 하고 있다가 새로운 과제나 자극을 주면 앞에서 했던 것을 금방 잊어 버린다. 이런 행동은 도파민이 낮은 사람들이 작업기억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행동패턴들이다. 도파민을 활성화 해 주는 방법도 작업기억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서 좋은 방법이다. 작업기억은 주의를 목표한 곳에 집중시키고 기억을 연결짓고 분석하는 일을 한다. 그래서 주의력의 조절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그런데 도파민이 부족하면 당연히 이런 주의력의 조절이 힘들어 산만하고 충동적이게 된다. 그러니 도파민, 전전두엽, 작업기억은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연결고리가 잘 발달되어 있다면 사람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불필요한 갈등과 의식적 낭비를 줄이고 안정되고 질서있는 삶을 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주의를 집중시키고, 목표지향적이고, 미래를 시뮬레이션 해서 정확하게 예측하고 결정하는 일이 원활해진다. 계획하고 예측하고 실행하면서 목표에 맞게 스스로를 조절하고 동기유발하는 일도 잘 되니 인성과 일의 성과도 긍정적일 수 밖에 없다.  작업기억의 활용은 도파민과 세로토닌의 양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작업기억 점수가 높은 사람은 도파민을 더 많이 생산하고, 작업기억 점수가 낮은 사람은 적게 생산한다고 한다.(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캠퍼스 연구, 파워풀 워킹메모리, p80) 그리고 작업기억이 필요한 과제를 수행할 때는 세로토닌 분비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작업기억을 사용하지 않는 과제를 수행할 때는 세로토닌 분비와는 상관없었다(독일 하인라히하이네 대학, 뤼디거 그란트, 파워풀 워킹메모리, p80). 도파민과 세로토닌은 즐거움, 활력, 만족, 행복감과 같은 긍정적인 정서를 유발한다. 위와 같은 연구 결과는 인간이 뭔가 중요하고 고차원적인 일을 수행할 때는 잡음 요소를 제거하고 최적의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조율되고 조작화되는 것은 아닌가 추측해 볼 수 있다. 

작업기억은 훈련을 통해서 향상시킬 수 있고
보다 질서있고 행복한 삶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삶의 질서를 위해서 보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 가장 근본적으로 작업기억의 능력을 향상시킬필요가 있다. 훈련을 통해서 효과적으로 작업기억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일본 연구진의 연구에 의하면 작업기억에 관여하는 뇌의 백질은 투입량에 따라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하버드, p205) 뇌의 백질은 활성화된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많이 활용해서 작업기억을 활용하는 빈도와 양이 늘어나면 그 통로가 확대된다는 의미다. 훈련을 통해 2차선에서 4차선으로, 달리지 않던 길에서 차량통행이 많은 도로로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가장 간단하게 3~5글자의 단어를 불러 주고 이를 거꾸로 읽는 것에서 여행의 목적을 만들고 계획하거나 다양한 관점의 반대토론도 작업기억의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하버드 마음 강좌’에서는 다음을 추천하는데 설명을 덧붙여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기억과 주의력을 위해서 일단 잠을 잘 자야한다. 

2) 학습하고 새로운 것을 연결하여 뇌를 자극한다는데 새로운 학습활동이나 꾸준한 독서도 좋다. 

3) 토론을 하면서 집중하고 그에 대한 반론의 시나리오는 짜는 연습

4) 다양한 감각을 이용하는 학습한다. 학습을 하면서 소리 내어 읽고 손으로 쓰는 활동도 좋겠다.

5)  규칙적인 운동 (신체활동과 해마의 크기, 기억력, 뇌건강은 언제나 중요한 상관관계)     


작업기억과 관련하여 실용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 2권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은데 같은  저자의 책이다. ‘파워풀 워킹메모리( 트레이시 앨러웨이, 로스 앨러웨이, 문학동네. 2014), 학습 어려움의 이해와 극복, 작업기억에 달렸다(트레이시 패키암 앨로웨이, 한국뇌기반교육연구소, 2015 )


다음에는 작업기억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배외측전전두엽 발달 게임을 몇가지 소개할 계획도 세워본다. 참 중요한 것이라 길어졌는데 여기까지 읽으 주셨다면 정말 감사합니다. ^^   



드디어 브런치의 글들이 <북프로젝트>의 대상을 받고, 책으로 나왔습니다. 브런치의 글과 그 외의 글들이 세련되게 정제되어 나왔습니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려요~~~

http://www.yes24.com/24/Goods/39008549?Acode=10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