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기존의 프레임에 갖힌 생각과 감정을 벗어나는 것이다
여행하면서 두 사람이 똑같은 장소에 있었는데도 기억하는 것은 다르다. 똑같은 영화를 보고도 서로 다른 생각과 기억을 가지게 된다. 같은 곳에 있고 같은 것을 보아도 서로의 주의(attention)가 맞춘 초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각과 마음은 결국 주의가 성립되는 순간부터 만들어진다. 우리는 주의가 성립되지 않으면 어떤 생각과 마음도 생기지 않는다. 많은 것을 보고 들어도 주의가 가지 않는 것은 기억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의식도 만들어지지 않으니 당연히 생각과 마음은 생기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주의(attention)는 의도를 가지고 관리되지 않으면 지극히 반응적이고 습관적이다는 것이다. 주의가 반응적이고 습관적이면 우리의 주의에 끌려다니거나 둥둥 떠다니게 된다. 자기소외와 공허함이란 이렇게 만들어 진다. 이 말은 관리되지 않을 때 우리의 생각과 마음은 자극이 큰 쪽으로 단순히 반응할 뿐이고 기존의 생각이나 습관대로 움직인다는 의미다.
주의를 할당하지 못하는 편측무시환자는 눈이나 시신경이 잘못된 것은 없지만 본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래서 눈 앞에 보이는 것을 그려보라고 하면 왼쪽이나 오른쪽 한 쪽만 그린다. 눈으로 보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설령 주의가 완전하다고 하더라도 눈 앞에 펼쳐지는 모든 상황을 인식할 수 없다. 자신에게 중요한 정보만 인식하고 기억한다. 주의가 한정되어 있기때문이다. (유명한 고릴라 실험이란 영상을 보면 재미있다. 눈 앞에 뻔히 보고도 알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사람의 뇌는 세상의 모든 정보를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주어진 자극들 중에서 선택적으로 수용하고 처리한다. 모든 자극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기 때문에 어떤 틀을 가지고 우선순위를 매겨서 일부분만 수용하고 반응하게 된다. 흔히들 가치관이라 통용되는 것도 이런 틀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심리학에서는 ‘세상을 보는 창’으로 ‘프레임(frame)’이란 용어를 쓴다.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자기방식의 프레임이란 틀에 맞춰진 창을 통해 본다는 의미다. 그 프레임(틀)을 벗어나 보고 생각하기 힘들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반대로 우리가 보고 생각하는 것을 바꾸려면 마음의 프레임을 바꾸면 된다는 뜻이다. 인간은 자신의 의도에 의해 주의가 관리되고 그 주의는 세상을 보는 프레임을 만든다. 그리고 그 틀에 의해 생각하고 행동한다. 과연 그럴까?
위약효과라는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는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비타민과 같은 가짜 약을 주었지만 환자가 말끔히 낫거나 호전되게 된다. 환자는 그것이 진짜 약인 줄 알고 믿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반대인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도 마찬가지다. 예전의 TV 다큐멘터리에서 가짜 우유 실험을 한 적이 있다. 기능성 우유를 개발해서 시음회를 한다면서 시음자를 모집했다. 처음 기능성 우유를 먹은 사람은 칭찬이 일색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다른 시음자가 복통을 호소하며 나가는 것이다. 시음을 집행하는 쪽에서는 임상을 거친 우유기 때문에 이상이 없다고 말하며 혹시나 어떤 이상이 있다면 즉시 연락 하라고 말하며 계속했다. 연속된 시음에서 이전과 같은 칭찬 일색의 반응은 점점 줄어들었지만 시음회는 무사히 마쳤다. 그런데 그 다음 날 시음회에 참여한 한 여성이 몸에 이상이 있다면 찾아왔다. 실제 식중독 증세와 똑같은 증세를 호소하고 몸에도 흔적이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시음회의 우유는 기존에 누구나 먹는 아주 건강한 우유였다. 그 여성의 생각이 식중독 증세를 만들어 낸 것이다. 우려와 부정적 생각이 이를 대응하기 위한 몸의 면역반응을 만들어 냈던 것이다. 우리의 생각은 곧 신체적인 반응으로 연결된다. 당장 눈을 감고 신맛의 레몬을 생각하면 침이 흘러나온다. 뇌과학에서 다음과 같은 뇌의 작용원리 3가지가 언급된다.
▪뇌는 변화한다.
▪몸과 뇌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용한다.
▪뇌는 믿는 대로 정보를 처리한다.
우리의 뇌는 믿는 대로 정보를 처리한다. 믿는 그것이 틀이며 프레임이 되어 생각하고 마음을 리드하게 된다. 현대 심리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윌리엄 제임스는 “20세기 최대의 발견은 마음가짐을 변화시켜 그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다”고 말한다. 생각과 마음은 분명 그 사람의 행동과 결과를 변화시킨다는 결론이다. 그 마음가짐이라는 것이 믿는 것, 프레임, 생각과 마음의 기술인 셈이다. 그리고 그 의도가 나의 주의를 선택적으로 집중하도록 해서 세상의 모든 컬러를 바꾸고 이야기를 바꾸는 것이다. 내 앞에 닥치는 수많은 사건을 해석하고 대응하기에 앞서 내가 원하는대로 생각과 마음의 틀을 만들어 두는 것이 먼저다. “평소 당신이 주의를 할당하고 생각하는 기준과 틀은 어떤 것이 있나요?”그리고 “그런 기준은 당신이 원하는 것인가요?”이렇게 질문을 해보자. 나타난 현실의 사실은 바꿀 수 없어도 생각할 수 있는 기준과 틀은 우리가 미리 선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타의에 의해 반복되고 굳어진 프레임으로 만들어진 나의 생각과 해석에 얽매여 참 많은 시간 마음고생을 한 것을 후회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습관적이고 반응적인 주의를 쓰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기준이 되는 프레임이 너무 확고한 나머지 머리속에 떠오르고 결론내려지는 생각이 곧바로 자신의 현실이 되기 쉽다. 생각이든 감정이든 그것은 현실도 아니고 나 자신도 아니다. 그저 생각이고 감정일뿐이다. 그리고 다른 많은 해석과 선택 중에 단 하나를 나의 생각이 선택했을 뿐이다. 그것도 그냥 익숙하게 만들어진 틀에 의해서 습관적이고 반응적으로 만들어 졌다는 것이다. 천천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가능한 생각은 훨씬 다양하다. 그 중에서 무엇을 선택하여 생각하고 행동 하는가도 우리의 선택일 때가 많다. 생각과 마음의 기술은 우리가 원하는 프레임을 선택하고 주의로부터 생각과 마음이 반응적이고 습관적으로 그 프레임을 통과하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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