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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권수 Jun 24. 2017

자기보기, 나에게 저항하지 않는 법

타인을 보고, 타인을 통해 나를 보는 사람들이 불안하고 우울한 이유

자기 자신을 한 번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타인만 열심히 보고,
타인을 통해서만 자신을 보다가 죽는 것이 우리가 아닌가? 


어느 날 도둑이 파수꾼을 피해 도망을 치다가 어두운 골목에 잠자고 있는 거지를 발견했다. 도둑은 얼른 귀한 보석을 거지의 주머니에 넣고 재빨리 다시 도망쳤다. 파수꾼을 따돌리고 돌아와 보석을 빼내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밤사이에 도둑은 불행하게도 파수꾼과의 결투 끝에 그만 죽고 말았다. 거지는 졸지에 부자가 되었다. 평생 잘 먹고 떵떵거리며 살 수 있을 정도의 보석이 자기 주머니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지는 평생을 굶주리며 구걸하다 죽었다. 한 번도 자기 주머니를 살펴보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의 주머니에 보석이 있는 줄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고대 인도에서 전해내려 왔다는 이 이야기를 듣고는 참 짠하고 안타깝다. 어쩌면 오늘 내일 답습하며 사는 우리도 자신의 주머니 한 번 살펴보지 못하고 살던 그대로 살다가 죽는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자기 자신을 한 번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타인만 열심히 보고, 타인을 통해서만 자신을 보다가 죽는 것이 우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자신을 본다고 해도 자신의 눈이 아닌 타인의 눈으로 보다 보니 내가 활용할 보석은 한 번도 볼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닌지 쿡쿡 자신을 찔러본다.  

    

때때로 우리를 괴롭히는 불안과 우울은
자기 개념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우리 자신의 비명이지 않을까? 



 히긴스(Higgins)는 자기차이 이론(self-discrepancy theory)을 통해 사람들은 세 종류의 자기 개념을 가지고 있다고 밝힌다. 실제 자기개념과 마음속으로 바라는 이상적 자기개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의무적 자기개념이다. 그런데 이런 실제 자기와 이상적 자기, 의무적적 자기와의 차이(gap)에 따라 다른 정서를 느낀다고 한다. 실제 자기와 이상적 자기와의 차이가 크면 낙담, 자기원망, 무력감 등 <우울한 정서>에 휩싸이고 실제자기와 당위적 자기가 일치하지 않을 때는 걱정, 근심, 공포 등 <불안한 정서>에 휩싸인다는 것이다. 때때로 우리를 괴롭히는 불안과 우울은 이런 자기 개념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비명이지 않을까? 그런데 이런 차이를 인식하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이런 차이는 자신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는 동기가 되기도 하지만 자신을 괴롭히는 운명처럼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차이를 상대적으로 심하게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며 이상적 자기와 의무적 자기를 구분하지 못하며 자신을 혹사하는 사람들도 많다.     


실제 자신에 대한 개념이 명확해지면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쉬워진다.   


어떤 경우를 막론하고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제 자기의 개념을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상적 자기와 의무적 자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게 느껴져 한 번도 실제 자신을 바라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자기가 명확하지 않은데 이상적 자기와 의무적 자기와의 차이를 어떻게 인식할 수 있을까? 우리가 이상적 자기와 의무적 자기에 흔들리고 상처 입는 것은 실제 자기에 대한 인식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타인과 비교하고 타인의 눈을 통해서 자신을 어렴풋이 보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고 측정이 가능한 외모, 능력, 수입, 사회적 위치에서 보이지 않는 가치와 강점을 직접 적어 보며 자신의 창을 깨끗하게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닦을 필요가 있다. 과장되거나 평가절하 하는 자기개념에서 벗어나 실제 자신에 대한 개념이 명확해지면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쉬워진다. 겉으로 보이는 비교의 굴레에서 벗어나기가 용이하다.  

    


언제나 숨가프고 불안한 근본적인 이유?

 사실 이상적 자기와 의무적 자기는 구분이 쉽지 않다. 이렇게 되어야지 하는 의무적 자기는 자신의 가치와 신념을 통해 만들어지기보다 부모, 가족, 지역사회, 문화 등 타인에 의해 만들어지기 쉽다. 타인과 집단의 중요한 요구가 자신이 바라는 이상적 자기로 결정되고 굳어져 자신을 움직이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자신에 대한 실제 자기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과장된 자기인식의 차이를 만드는 것도 문제지만 타인의 가치와 신념이 자신의 당위적, 이상적 자기로 자리하는 것은 더 문제가 크다. 자신은 언제나 주변의 변화에 흔들리며 자신을 인식해야 하기 때문이다. 언제나 숨가프고 불안하기 마련이다.  

    

자신을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할 용기, 그 방법


어쩌면 우리가 느끼는 인생 역경의 회복력과 활력의 에너지는 실제 자기에서 이상적이고 의무적 자기와의 간격을 좁혀가며 만들어지는 것인지 모른다. 그 속에서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로 자기 인생의 주인으로 자리하는 것이다. 자기에 대해서 아는 것이 중요하고 실제 자기와 이상적 자기, 의무적 자기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명확하게 구분하여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명확한 자기 모습에서 주변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을 사랑할 이유와 용기가 생기기 때문이다.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라는 말은 불안하고 우울하기 쉬운 분주함 속에서 과열된 속도로 갈팡질팡하지 않고 자신의 모습으로 나의 속도로 살아가는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적 자기와 의무적 자기가 자신을 불안과 우울의 늪으로 끌어들이지 않고 활력의 동기가 되려면 실제 자기에서 출발한 자신만의 이상적, 당위적 자기를 길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오늘부터 나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하는 일기를 써보는 것은 어떨까? 그 과정에서 나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면 나에게 마냥 저항하지 않는 나를 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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