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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트라슈 Nov 11. 2020

공과사 vs 호불호

그들의 언어

남초 회사에서 느낀 또 하나의 기이한 점은 남자들이 집단 혹은 무리를 구성하려는 의지가 아주 강하다는 것이다. 수렵 시절의 DNA가 남아서 그런가. 종족번식을 하려면 자신의 무리를 꾸리고 좋든 싫든 그 속에 있는 게 일단 안전하니까. 흡사 무리를 지어 다니는 늑대와 유사한 것 같다. 그래서 '남자=늑대'라는 비유를 자주 볼 수 있는 것이겠지.


보통 학창 시절에 보면 여학생들이 삼삼오오 팔짱 끼고 다니며, 서로 미주알고주알 이야기를 많이 주고받아서 여자들이 그런 성향이 많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건 오해다. 내가 본 여자들은 십수 년 동안 둘도 없을 정도로 친하게 지내다가도 어느 순간 이해관계가 어긋나거나 사소한 오해가 쌓이면 바로 손절한다.


남자와 여자를 나누려는 게 아니다. 어느 쪽이 낫다고 편을 들려는 건 더더욱 아니다. 그냥 내가 느낀 성향들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문제는 남자들의 그런 무리 짓는 성향이 객관성과 공정성을 요하는 직장에서는 정말 이상한 방향으로 작용한다는데 있다. 남자들이 만든 그러한 무리는 직장에서 줄, 라인 등의 이름으로도 불린다. 사회생활 초반에는 티가 잘 안 나지만, 유독 이쪽으로 발달한 사람들은 사원 말년 차에 벌써 줄타기를 시도하기도 한다. (보통 이런 사람은 실무보다 정치질을 먼저 배워 업무에 도움은 안되고 부서원들을 이간질시키는 아주 질 나쁜 직원이 된다)


관리자 직급이 되면 남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한 무리에 속하게 되는데, 자신은 절대 그딴 무리에 안 들어갔다고 정색을 해도 다른 사람들의 입에 의해서라도 어느 한 곳에는 속하게 된다. 정치판에서도 무소속이 정당은 아니지만 분류되는 것처럼.    


이렇게 무리만 짓는다면 거기까지도 ok다. 하지만 실질적 문제는 같은 무리에 속한 사람들은 늘 같은 성향의 사람들만 만나고, 비슷한 이야기만 하다 보니 새로운 생각은 배척하게 되고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등 따시고 배부른 생활을 할 수 있을지에만 신경을 쏟게 된다는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배부른 돼지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의 단체 행동을 '의리'라고 치켜세우며 자기 합리화를 한다. 때로는 개별로 있을 때보다 무리를 등에 엎고 더 극단적인 성향으로 빠져드는 집단극단화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그런 그들이 세력을 넓히려 노력하다 몇 안되는 조직 내 바른소리하는 사람에게 퇴짜라도 맞으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하는 말이 있다.


"걔는 호불호가 강해"


들의 장단에 맞춰주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과 상대의 고고함에서 느낀 자신의 비참함 애써 숨기며 상대의 부정적 평판을 만드는 아주 수준 낮은 수법을 쓰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일들을 직접 겪기도 하고, 바로 옆에서 보기도 하니.. 수준 낮은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생겼다.


공사 구분 안 하느라

(확실히 해두자. '못'하는 게 아니라 '안'하는 거다)

애먼 사람들 피눈물 흘리게 하는 너희를 보니

없던 호불호도 생기더라


직장에서 공사 구분을 하면 죄가 되지만, 호불호는 성향의 차이다. 오히려 호불호가 없다는 건 자기 생각이 없다는 것이고 그만큼 비겁하다는 반증 아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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