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업무성 메일도 이 정도면 다 열어보지 못할 텐데 업무 관련 중요 자료들까지 첨부된 메일들이라 꼼꼼히 보다 보면 이 중 1/3은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다행인 건 대부분 FWD: 혹은 RE: 로 기존 메일들에서 재전송된 것들이라 이전 이력만 파악하고 있으면 최종 메일만 읽어도 어느 정도 맥락을 잡을 수 있다는 것.
요즘처럼 휴가철이면 늘 이 사람, 저 사람 할 것 없이 부재중 자동 회신 메일을 설정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제목부터 "부재중입니다 (8/4~8/10)" "하계휴가 중입니다 (7/30-8/5)"같은 천편일률적인 양식에 본문은 자신이 얼마나 많은 일을 하고 있었는지 자랑하는 것 같은 끝도 없는 업무내용과 인계 자명이 줄줄이 적힌 게 보통이다.
제목: 하계휴가 중입니다. (7/30-8/5) 내용:
안녕하세요. 7/30-8/5 휴가 중이니 업무 관련 건은 아래 담당자들에게 연락 바랍니다.
1. 신제품 평가 관련 : 김 OO 과장 2. 투자 관련 : 최 OO 대리 : 급한 경우는 010-1234-5678로 연락 주세요.
이렇게 구구절절 자동응답 설정을 하고서도 휴가지에서 회사 전화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건 정말 최악이다. 반면 얼마 전 내 회사생활을 통틀어 가장 멋지고 유쾌한 부재중 응답 메일을 받았다. 타 부서 부장님이었는데 제목은 여타 메일들과 다를 것 없이 평범해서 기대 없이 클릭했더니.. 허를 찌르는 아주 간결한 한 줄에 통쾌함이 느껴졌다.
덕분에 좋은 시간 보내고 있습니다.
업무에 관련된 인계자나 그 흔한 휴가 기간조차 명시 되어있지 않은데 정말 이보다 와 닿을 순 없는 멘트였다. 상대방에게 감사를 표현함으로써 아무도 업무적으로 연락을 하지 못하게 하는 힘이 있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