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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트라슈 Aug 07. 2020

교대근무가 부끄럽다는 그대에게

해주고 싶은 말


우리 회사는 24시간 가동된다. 이 말은 24시간 동안 누군가 지켜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교대근무가 있다. 보통 제조직 오퍼레이터는 3교대, 연구직 엔지니어들은 변형 교대로 근무를 한다. 나는 이러한 근무환경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이 입사했고, 직장인이라면 아침에 출근 저녁에 퇴근하는 것을 공식처럼 알고 자란 터라 처음엔 신선한 충격이었다.


처음으로 야간 근무를 설 때였다. 신입사원이다 보니 선배 한 명과 pair가 되어 근무를 하는데 밤참을 먹으러 구내식당에 들어서자 환하게 켜진 조명 아래 꽤 많은 인원들이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내가 편히 잠자던 시간에도 이 많은 인원들이 일을 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마냥 신기해하는 내게 선배가 말한다. "우리나라에 교대 근무하는 인원이 몇 퍼센트나 되는 줄 아니?" 전혀 생각해보지 않은 부분이라 망설이는 내게 "꽤 많아. 얼마 전에 기사에서 읽었는데 24시간 출동 대기하는 소방관들부터 종합병원 의료진, 그리고 물류/운송업 종사자들.. 등 생각보다 많더라고. 나도 우리 회사 들어오기 전엔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이야" 그러고 보니 정말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존재하는 근무형태였다.


얼마 전 개인적으로 알게 된 후배는 남들 출근하는 시간에 퇴근하는 자신의 모습이 그렇게 초라할 수가 없다며 교대 근무하는 것이 부끄럽다고 했다. 아직 대학교 동기 모임을 하는데 동기들은 본인이 교대근무를 하는지 모른다고 했다. 그럼 모임 약속이 교대 근무하는 날 잡히면 뭐라고 이야기해? 하며 의아해하는 내게 "그때는 개인적인 사정이 있다고 하고 안 나가죠. 왠지.. 제가 이렇게 좋은 회사에 입사했는데 교대근무를 한다고 하면 다들 '그럼 네가 그렇지'라고 생각할 것 같아서요. 학창 시절 그렇게 뛰어나지도 않던 제가 대기업 들어온 것을 운이라고 여길 것 같아요"라며 말끝을 흐린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대기업의 타이틀을 가진 그의 남모를 고민이었다.


연구직 엔지니어들은 대리를 달면서 교대근무를 그만하고 주전직으로 바뀌는 게 보통이다. 부서 상황에 따라 5-6년의 교대 근무 생활을 하는데 개인차가 있지만 이런 근무형태의 시차 변화를 굉장히 힘들어하는 친구들도 있다. 그리고 요즘 신입사원들의 부서 배치 면담을 가보면 첫 번째 질문이 "교대 근무해요?" "OT(overtime 근무)는 얼마나 해요?"라는 90년생 다운 솔직한 질문으로 최대한 교대 근무하는 부서는 피해보고자 하는 노력을 보인다. 그럴 때마다 나는 부서 배치를 떠나 먼저 사회생활을 한 선배로서 말을 해준다.


모두가 원하는 부서로 배치될 순 없다. 원치 않는 곳에 배치되더라도 본인의 의지,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나도 교대 근무를 5년 해봤지만 물론 체력적으로 힘들긴 하다. 하지만 힘들다고만 생각하면 끝이 없다. 이럴 땐 생각을 바꿔서 출장을 오거나 여행을 왔다고 생각하면 훨씬 시차 적응하는데 도움이 된다. 생각해보면 시차 적응이 어려워서 해외여행을 안 가는 사람들은 없다. 상황을 대하는 본인의 마음가짐이 앞으로 사회생활의 팔 할을 차지하게 된다.


꼰대라면 꼰대 같은 조언이지만, 실제 내게 도움이 되었던 방법이다. 이 말에 몇몇은 깊이 감동하여 돌아가고, 몇몇은 무슨 헛소리야 하는 표정으로 돌아가지만 그 또한 그들이 감내해야 할 그들 삶의 방식일 것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어느 책에서 읽은 내용을 소개한다.



생각의 경영

몇 년 전, 사기를 당해 길거리에 나앉게 되었다. 철썩 같이 믿었던 집주인이 야반도주를 한 것이다. '나는 왜 이렇게 재수가 없나?' 자기 파괴적인 생각들이 끝없이 밀려들었다. 그러다가 문득, 나를 괴롭히자고 마음먹었다. '나, 도대체 얼마나 훌륭한 사람이 되려고 이러는 거니? 나중에 유명인이 되어 인터뷰할 때 이야깃거리 빈약하지 말라고, 이런 일이 다 일어나네!' 나는 그렇게 생각의 축을 옮겨 버렸다. 인간은 하루에 6만 가지 생각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생각들은 쓸데없이 부정적이다. '나는 정말 재수가 없어.' '그때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등 매일매일 반복되고 세뇌된 부정적인 생각들은 최면 수준이 되어 스스로를 괴롭히고 결국 현실이 된다. 이런 악순환을 막기 위한 방법이 바로 '생각의 경영'이다. '경영'이 관리하고 운영하는 기술이듯, 생각의 경영도 생각이 흘러가는 대로 대충 살아가지 않고, 생각의 축을 옮겨 관리하고 운영하는 삶의 기술인 것이다.

나는 지방대학을 나왔다. 재학 시절, 전국 광고 경진대회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선배들이 하나같이 말했다. 아무리 잘해도 지방대학은 수상하기 어렵다고, 그 이야기에 잠식되어 우울해지던 찰나, 나는 재빨리 생각을 바꿔 먹었다. '만약 지방대 출신인 내가 1등 하면 오히려 나의 절대적인 실력을 반증하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라고. 그렇게 시작된 도전은 제일기획 광고 공모전 최초로 개인 참가 2년 연속 대상을 차지하는 결과를 안겼고, 23회의 공모전 수강 경력을 엮어 《삽질정신》이라는 책까지 출간하게 되었다. 출판 후엔 사람들이 "네가 가진 노하우를 경쟁자에게 다 전수해 줬으니 뒤처지지 않을까?"라고 했다. 두려움에 사로잡힐 뻔하다가 금세 생각의 축을 옮겼다. '아, 다 비워냈으니 새로운 걸 채울 수 있겠다!'

생각의 축을 옮기며 생각을 경영할 줄 알게 되면, 쉴 새 없이 변화하는 외부환경에 상관없이 인생이 평온해진다. 쓸데없는 우울함에 자리를 내어 주지 않고, 건설적이고 행복한 쪽으로 생각의 축을 옮겨 기어코 삶을 기쁘게 살아내는 것이다!

- 행복한 동행 中 (박신영, '삽질정신' '기획의 정석' 저자)  

 


생각의 축을 옮기며 생각을 경영할 줄 알게 되면, 쉴 새 없이 변화하는 외부환경에 상관없이 인생이 평온해진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가 되길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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