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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트라슈 Aug 17. 2020

자비로 해외여행 가는 바보요?

직장에서의 적폐


"요즘 자비로 해외여행 가는 바보가 있어?"


* 자비(自費): mercy가 아닌, one's own expense.



놀랍지만 대기업의 아침 부서 미팅에서 있었던 파트장의 발언이다. 무더운 여름날에 신규 장비 평가 담당으로 3박 4일 짧은 해외 출장을 다녀온 A에게 건넨 파트장의 첫마디는 "잘 놀다 왔어?"

황당하다는 표정의 A가 "평가하러 다녀온 겁니다"라고 무미건조하게 하자

"그러니까, 평가야 하루만 했겠지. 이틀은 구경 다녔을 것 아냐"며 취조하듯이 묻는다.


그 장비의 평가 상황은 해당 업체의 문제로 몇 달이 Delay 되고 있는 것을 임원까지 다 알고 있는 상황인데, 파트장의 그런 질문은 옆에서 보던 나도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더 이상 답을 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되었는지 A는 입을 닫았다. 그러자 파트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모두를 향해 말한다.


"요즘 자비로 해외여행 가는 바보가 있어? 이렇게 해외 출장 갈 때 놀아야지. 나 봐, 지금까지 30년 가까이 다니면서 한 번도 내 돈 내고 해외여행 간 적이 없잖아. 그래도 유럽이며 일본, 미국.. 안 가본 데가 없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유도리있게 해야지, 유도리있게."

누가 봐도 자기 얼굴에 침 뱉기인데, 본인만 그게 자랑인 줄 알고 쏟아낸다. 하긴 그걸 구분하는 사람이었으면 부서원들이 그렇게 경멸하지도 않았겠지.


내가 이 회사의 사장은 아니지만, 정말 이 사람이 받아가는 월급이 다 아까울 지경이다. 어떻게라도 사장에게 알리고 싶다. 이런 사람에게 고액의 연봉을 주고 다니게 하느니, 차라리 똘똘한 신입을 몇 명 더 뽑으라 말하고 싶다. '라테 is horse'를 읊으며 본인은 경기가 좋아 입사시험도 없이 들어왔다며 엄청난 스펙의 신입사원들에게 무시당할까 전전긍긍하며 권위를 내세우고, 숨겨야 할 과거의 비위들을 오히려 무용담 마냥 꺼낸다.


그렇게 회사 돈으로 출장지에서 '여행'다닌 아버지 덕분에, 흔한 해외여행 한번 가보지 못했다는 그 가족들을 가엾게라도 여겨야 하는 건가. 


직장에서의 적폐는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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