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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트라슈 Aug 20. 2020

제가 글 쓰는 건 비밀이에용

소심한 일탈


나는 어린 시절 글짓기하는 시간을 좋아하지 않았다. 방학숙제로 빠지지 않던 독후감을 쓰는 것도 빈곤한 어휘 실력을 가진 나에겐 고통이었다. 그래서 중학교 1학년 때는 매일 써서 담임선생님께 검사받아야 하던 문집을 글 대신 그림(지금으로 보면 짧은 웹툰)으로 채웠다. 어느 날 6교시 후 자습시간에 내 문집만 따로 빼서 갖다 주신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이거 네가 그린 거지? 너무 재미있어서 교무실에서 선생님들끼리 다 돌려봤어. "  



그리고 미술시간이면 어김없이 내 작품이 칠판 앞에 전시되었다. 미술학원은 근처도 가보지 않았는데 '나 그림에 소질이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한 때 했던 것 같다. 그때부터였다. 글보다 그림이 편해진 것이.


그러다 대학교 4학년, 취업을 앞두고 지금의 회사에 지원하기 위해 500자 분량의 자소서와 장점, 보완점 등을 작성했다. 당시 학교에서 지원해주던 자소서 코칭 전문가가 내 자소서를 읽더니 술술 읽혀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며 참신하게(?) 잘 썼다고 칭찬을 해줬다. 그러면서 내 자소서를 강의 때 예제로 사용해도 되겠냐고 묻길래 흔쾌히 허락해줬다. 글로 칭찬받은 건 그때가 처음이어서 어리둥절해하며..


가끔 친구들과 메일을 주고받을 때면 "네 글은 꼭 말하는 것처럼 술술 읽혀"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래서 이젠 내 글엔 '날것'의 장점이 있나 보다 하고 생각하고 있다. 


입사하고서부터 지금까지 약 14년 동안 읽은 책 중 인상 깊은 구절이나 내용들을 조그마한 노트(동료들이 보고 '일수 노트'같다고 함)에 적어두고 있는데 어느새 그것도 2권이 되었다. 처음엔 그냥 두고두고 되새김질하려고 적었는데, 읽다 보니 내 상황에 빗대어 생각해보게 되고, 그러다 보니 몽글몽글한 내 생각이 생겼다.


생각을 그림으로 풀어내기엔 아직 그 실력이 미흡해 어쭙잖은 글로 풀어내는 곳이 이곳이다. 그래서 이곳은 내겐 일기장 같은 곳이다. 가족들은 물론 친구들, 회사 동료들 그 누구도 모른다. 내가 여기서 이러고(?) 있는 줄은..




그런 의미에서..

비루한 제 글을 구독해 주시는 분들과

한 줄의 소개와 한 편의 글에도 승인해주신

brunch 관계자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누가 보면 구독자 10만인 줄..;;)




비밀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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