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트라슈 Sep 24. 2020

동생에게

쓰는 편지

학창 시절엔 가끔 편지를 썼는데, 사회인이 된 후로는 잔소리가 될 까 봐 못했던 말을 써본다. 지금까지 잘 자라주어 고맙고, 내 동생이어서 참 고맙다.  




. 향수는 과하지 않게, 센스 있게 사용해라. 어른의 취가 기분 좋은 냄새는 아니란다.


. 수염, 코털은 늘 깔끔하게 관리해라. 아무리 멋진 남자도 이런 부분에서 빈틈을 보이면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에 타격이 있다.


. 양치를 할 때는 부드럽게 꼼꼼히 천천히 하고, 절대 구역질은 하지 마라.


. 셔츠는 구겨진 상태로는 입지 말고, 목덜미 소매 끝은 늘 깨끗하게 관리해라.


. 신발은 젖은 채로 신지 말고, 운동화는 밑창의 옆을 청결하게 유지해라.


. 검은색 상의를 입었을 때는 한 시간에 한 번은 어깨를 털어줘라 깔끔한 사람들에게서도 가루가 보인단다.


. 허리를 곧게 세우고 가슴을 펴고 고개는 살짝 아래로 향하게, 보폭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팔자걸음으로 걷지 말고, 발바닥이 전체가 닫게 터벅터벅 걷지도 마라. 걸음걸이에서도 삶의 자세를 볼 수 있단다.


. 직장에서건 일상에서 식당, 슈퍼마켓, 백화점 어디서든 문을 열고 닫을 땐 뒷사람을 배려하는 습관을 가져라.


. 지하철, 버스 같은 대중교통 안에서 핸드폰만 쳐다보지는 마라. 가끔 같은 칸에 있는 다른 사람들의 표정도 관찰하고 하늘의 표정도 살펴라. 반복되는 일상에서도 소소한 즐거움과 상대방의 삶의 무게를 아는 사람이 돼라.


. 자주 걷고 자주 하늘을 보고 계절의 변화를 느끼면서 살아라.


. '친절해라, 네가 만나는 모든 사람은 지금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고 플라톤이 말했다. 화가 많거나 짜증이 많은 사람을 만나거든 유독 오늘 힘겨운 싸움을 했나 보구나 하고 이해하렴.


. 부모님께 자주 연락해라, 여자 친구보다 네 뒷모습을 애달프게 지켜보신 분들이다.


. 연예인, 스포츠, 정치, 종교에 너무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 인생은 생각보다 짧고 그 시간은 자신을 이해하기에도 부족하단다.


. 불쌍하다는 말을 남발하지 마라. 다른 사람의 인생을 평가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신뿐이다.


. 친구들이 좋지만 그래도 가족을 우선에 둬라. 미우나 고우나 너를 가장 걱정하는 건 가족밖에 없다.


. 옷은 비싼 것을 사서 오래 입어라. 비싼 옷은 품질이 보증되기도 하지만 스스로를 대접하는 느낌도 있다. 게다가 잘못 관리하면 옷을 버리게 되니 옷 관리법도 배울 수 있다. 너 자신을 귀하게 대하면 다른 사람들이 너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진단다.


. 영화나 tv보다 책, 그림, 음악과 더 가까워지길 바란다. 수동적인 문화생활은 사람을 게으르게 한다. 너 자신의 시간을 오롯이 너 스스로가 관리할 수 있도록 해라. 이 방법을 깨달으면 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단다.


. 여자 친구나 아내가 될 사람에게 가끔 손편지를 써라. 금은보화의 감동에 맞먹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부모님께가 먼저라면 금상첨화겠지.


. 돈은 깔끔하게 지갑에 넣어 관리해라. 지폐를 꼬깃하게 접지 말고 10원짜리 동전을 하찮게 여기지 마라. 돈을 소홀히 관리하는 사람 치고 제대로 된 사람은 없다.


. 주말에도 가끔은 일찍 일어나서 목욕재계하고 하루를 시작해라. 잘못된 습관은 쉽게 생기고, 버리기엔 오래 걸린단다.


. 국경절에는 꼭 태극기를 달아라. 아빠가 우리를 그렇게 가르치셨단다.


.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할 때는 가급적 들어라. 듣기만 잘해도 네 편이 많이 생긴단다.


. 옳고 그름을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달콤한 유혹을 구별하고 우둔하단 소리를 듣더라도 정도를 걸을 줄 아는 사람이 돼라. 세상엔 생각없이 사는 사람이 많고, 그런 사람은 유혹이 유혹인지 모르고 빠져든단다.


. 늦은 귀가 후 도착을 알리고, 주변의 사람의 귀가도 꼭 챙겨라. 아빠가 늘 할아버지 댁에 다녀오고서 옷도 갈아입기 전에 했던 일은 할아버지께 안전하게 도착했음을 알리는 전화였단다.


. 식당, 카페에서 일하시는 분들께 작은 감사의 표시를 해라. 통근버스기사님, 경비아저씨분들께 인사드리는 것을 잊지 말고 그분들 덕분에 네가 업무를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함을 표현해라.


. 동물과 식물,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를 귀히 여겨라. 너의 외로움을 채우기 위해, 떠돌이 생활보다 보살핌이 나을 거라는 생각은 일방적인 폭력일 수 있다.


. 술은 취하지 않을 정도로 기분좋게 마셔라. 담배는 근처에도 두지 않는 네가 자랑스럽다. 고맙구나.


. 세상살이엔 유혹이 많다. 그중 어떤 것은 우호적인 표정을 하고 다가와서 인생 전체를 흔드는 경우가 있단다. 늘 책을 읽고 수양을 해야 하는 이유다. 잊지 마라. 넌 혼자가 아니란다.


.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고 무단횡단을 하지 마라. 당연히 음주운전은 절대 해서는 안되고 도박, 마약은 근처에도 가지 말며 주위에 가까이하는 자가 있거든 그를 멀리해라. 늘 잊지 마라. 우리는 부모님의 자부심이다.


. 꼬마 아이에게는 허리를 숙여서 눈높이를 맞춰주고 공공장소에서는 임산부, 노약자에게 배려하는 자세를 가져라. 시장이나 길가 노점 어르신들이 판매하는 제품에 가격 흥정은 하지 말아라. 그렇게 판매해주시는 것만도 감사한 일이란다.


. 귀찮더라도 주말에는 직접 밥을 해 먹어라. 엄마의 고마움도 느끼고 네 미래 아내에게도 태도가 달라질 거다.


. 모든 약속엔 최소 10분 전에 도착하거라. 늦어서 손해 볼 일은 있어도 빨라서 손해 보는 일은 없단다.


. 친구 집에 방문할 때는 빈손으로 가지 마라. 음료수 하나라도 들고 가고 허락 없이는 방문을 열거나, 가구들을 만지지 말거라. 너를 통해 누군가는 부모님을 떠올릴 수 있단다.


. 결혼 후에는 비업무적으로 이성과 단 둘이 사적인 자리에서 만나지 마라. 괜한 오해만 불러온다. 그건 네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배려란다.


. 혼자 살든 누군가와 같이 살든 집안의 물건은 사용했으면 그 자리에 둬라. 사소한 손톱깎이 하나가 불화의 씨앗이 될 수 있고, 습관은 누군가의 지적을 받기 시작하면 잘 고쳐지지 않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침묵을 원하는 자, 모두가 공범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